광주지법 순천지원‧제주지법 공개입찰, 물밑 경쟁 치열61년째 공탁금 사수한 신한은행‧SC제일은행, 이변 생길까은행권 “출연금 평가 부재‧심사 세부 결과 미공개 답답”
  • ▲ 올해 재선정 되는 공탁금 보관은행 현황ⓒ사법연감
    ▲ 올해 재선정 되는 공탁금 보관은행 현황ⓒ사법연감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자리를 따내기 위한 은행권 쟁탈전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광주와 제주 등 호남권 37개 법원(본원‧지원‧시-군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이 재선정된다. 이번 재선정의 관전 포인트는 공탁금 은행계의 강자인 신한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과 제주지방법원의 금전‧유가증권 공탁물을 수납·관리·지급하는 업무를 전담할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개시하고 세부평가를 진행중이다. 

    전국 159개 법원 중 올해는 호남권 37곳의 공탁금 보관은행 만료기일이 도래하는데 이 중 2곳만 경쟁입찰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공탁금은 민‧형사 사건에서 당사자 간 합의금이나 배상금 규모에 다툼이 있을 때 최종 금액이 확정될 때까지 법원이 맡아두는 돈이다. 은행은 공탁금을 관리하면서 저원가성 예금조달 효과와 민원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은 주로 기존 관리은행의 적격성만 심사한 뒤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었으나 지난 2017년부터 공개경쟁이 도입됐다. 새로운 은행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원행정처가 공개경쟁을 도입한 것이다. 재지정 시기가 다가온 권역마다 1~2곳만 공개경쟁을 붙이는 식이다.

    이번 공탁금 보관은행에 선정되면 내년부터 2025년 말까지 5년 간 수천억원의 공탁금을 관리하게 된다.

    경쟁입찰을 진행 중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신한은행이 61년째 공탁금 보관을 맡고 있으며, 제주지방법원은 SC제일은행이 지난 1959년부터 61년간 보관은행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경쟁입찰에서는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들이 열띤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달 말 공탁금관리위원회에서 공개입찰에 참여한 은행들의 프리젠테이션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탁금 보관은행 평가는 재무구조의 신뢰성(자산건전성‧신용도)과 법원업무 수행능력(인력‧전산처리 등), 민원인 이용편의성(지역 내 지점 수), 사회공헌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17년 공개경쟁을 치른 인천지역을 비롯해 2018년 충청권, 지난해 부산지법 공개경쟁에서도 신한은행이 재지정되면서 기존은행의 강세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전국 공탁금 보관은행의 47%(74곳)는 농협은행이 27%(43곳)는 신한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시‧군법원은 농협은행이 주로 맡고 있으며, 본원 등 규모가 큰 법원은 신한은행이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다.

    은행권은 공탁금 선정 기준에 출연금 항목이 없어 기존 보관은행과 차별화할 방법이 없는데다  법원행정처가 공탁금 보관은행 심사 결과만 공개하는 불투명한 행태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경쟁에서는 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이라도 써서 승부를 보지만 공탁금 보관은행 경쟁에서는 출연금 항목이 없어 기존 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며 “심사 평가의 세부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입찰에 떨어진 은행들이 다음 입찰 도전 때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점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은 공탁금 규모가 압도적인 서울권의 경쟁입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