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방지책 실효성 시큰둥분류 도우미·선택근무제 도입 한계"대책 발표만 급급"… 현실성 지적
  • ▲ 22일 택배기사 과로사 사고 기사회견에서 사과하는 박근희 회장 ⓒ 사진공동취재단
    ▲ 22일 택배기사 과로사 사고 기사회견에서 사과하는 박근희 회장 ⓒ 사진공동취재단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을 내놨다. 논란이 됐던 분류업무에 추가 인력 3000명을 투입하고 탄력 근무제 등을 도입해 근무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파격 대책’에도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사고 대책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고 수습을 위해 아무 대책이나 내놓은 것 같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배송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발생한 6건의 배송기사 사망 사고 관련 조치다. 이날 자리에서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근희 부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책 핵심은 △분류 도우미 3000명 충원 △탄력근무제, 물량공유제 도입 등이다. 이와 함께 산재보험 의무화, 분류 자동화 시설 확충, 배송기사 복지 기금 확대와 같은 환경 개선 계획도 내놨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방안은 분류도우미 추가 채용이다. CJ대한통운은 1000여 명 규모의 도우미를 40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인력 투입은 다음 달부터 순차 진행하며, 관련 비용으로 매년 500억원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관련한 현장의 우려는 상당하다. 당장은 수천 명의 인력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관련 규정상 택배 분류·상·하차 등에는 외국인 근무가 불가능하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국내 취업자 일자리 보존을 이유로 이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취업자들은 택배를 더럽고, 위험하고, 어렵다는 뜻의 ‘3디(D)’ 업종으로 인식한지 오래다. 근무를 기피하는 탓에 현재도 현장 채용이 힘든 상황이다. 지역 소도시의 경우에는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
  • ▲ 택배 기사 과로사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시민단체 ⓒ 연합뉴스
    ▲ 택배 기사 과로사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시민단체 ⓒ 연합뉴스
    추가 비용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연간 추가 비용으로 약 500억원을 추산했다. 관련 비용은 지역 집배점과 분담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역 집배점과는 분담 비율 협의 등과 관련해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몰리는 명절 특수기만 해도 분류·상하차 인력이 부족해 2~3배의 웃돈을 줘야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분류 인력 충원은 필요하지만 그 많은 인원을 어디에서 어떻게 채용하겠다는 건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대책인 물량 공유제, 선택 근무제의 도입 가능성도 지적한다.

    물량공유제는 일일 처리 물량 초과시 3~4명의 동료 기사와 물량을 나눠 배송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성인 남성 1일 적정 배송량을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건당 수수료를 정산 받는다. 적정량을 권고해도 기사 스스로가 수익을 위해 물량을 줄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는 기사와 직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강제할 근거도 없다. 

    선택 근무제는 각 기사가 오전 7시~12시 내 업무 개시를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오전 분류 업무에서 제외됨에 따른 조치다. 선택 근무제의 경우 특정시간 기사 쏠림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장은 외국인 근무 허용, 택배요금 인상 등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장 환경과 기사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비용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을 기반으로 급속 성장한 탓에 그간 택배 업계는 비용 감축에만 몰두해왔다”면서 “경쟁사보다 낮은 요금으로 화주를 유치해야하는 구조상 현장 환경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외국인 근로자 허용, 수수료 인상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단계”라며 “눈 가리기 식의 단기 대책 발표보다 시장 전반을 정화할 수 있는 업계, 정부, 소비자 차원의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