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式 위기돌파 주목6000억 상호지분 투자콘텐츠·물류 시너지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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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네이버와 손잡고 주력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비상경영'에서 벗어나 식품, 엔터테이먼트, 물류 사업에서 초격차 역량 기반을 확보한 뒤 글로벌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위기 때마다 이재현 회장의 혁신적 결단이 힘을 발휘한 만큼, 이번 주식 교환도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7일 CJ그룹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6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에 합의했다고 전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계열사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이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과 3000억원의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와 교환한다.
자사주 교환으로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지분 0.64%,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지분을 각각 0.32%를 보유하게 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지분 7.85%, CJ ENM 지분 5.00%를 보유하면서 3대 주주에 올랐고, 스튜디오드래곤(6.26%)의 2대 주주가 됐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을 가진 CJ와 웹툰·웹소설 등 원작 콘텐츠를 보유한 네이버 간 협력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흔히 '피를 섞는다'고 표현되는 주식 교환이 포함된 만큼, 그룹 지주사인 CJ에서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이 초기에 큰그림을 그린 이후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밑그림을 그린 결과물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은 CJ그룹이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2017년 경영에 복귀한 그는 가장 먼저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인수합병(M&A) 투자에 나서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한 발 앞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선방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M&A를 통한 외형확장 전략을 펼쳤으나, 선제적 위기 대응 차원에서 수익성 강화,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이 위기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비수익 사업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CJ그룹은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데 이어 국내 2위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도 매물로 내놨다. 이와 함께 헬스&뷰티 사업을 담당하는 CJ올리브영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CJ그룹은 지금껏 사업 확장을 위해 M&A를 단행했지만, 이번 협력은 지금까지와 방법부터 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브라질 식품업체인 셀렉타 경영권을 인수한 뒤 2018년에는 미국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지분 교환 방식을 택했다. 앞서 SK텔레콤과 카카오 등 대기업간 협력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CJ그룹도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적극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대기업과 지분교환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볼 있다"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쪽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CJ ENM과 네이버의 협력 시너지 효과도 주목된다. 양사 모두 쇼핑·커머스뿐 아니라 콘텐츠, 미디어분야에서 서로가 갖춘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콘텐츠, 미디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IP와 글로벌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는 CJ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CJ ENM이 보유한 음악, 공연, 영상 콘텐츠를 네이버TV 등 네이버의 플랫폼에 적극 유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1위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호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는 "질적인 효과 차원에서는 네이버 웹툰 IP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음으로써 양질의 컨텐츠 제작이 가능해졌다"면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입장에서는 네이버TV 등 새로운 플랫폼이 생김으로써 컨텐츠 제작 물량 증가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