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세게 써낸다고 했지만… 고배SM상선-대한상선-대한해운 시너지 주춤8만평 규모 영도 알짜배기 땅은 대규모 개발 전망
  • 관심을 모았던 한진중공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뒤로 빠지면서 외부 매각 방향으로 흐른 것이다. 동부건설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였던 SM상선 컨소시엄은 예비협상 대상자로 정해졌다. 우호현 SM그룹 회장의 오랜 꿈인 조선업 인수가 또다시 무산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23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5282만9905주(63.44%)와 필리핀 리잘은행 등이 소유한 166만4044주(20.01%) 지분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한진중공업 매각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기 입찰과정에서 KDBI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유력했지만 동부건설 측이 한국토지신탁과 NH투자증권PE와 함께 새로이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채권단의 관심을 샀다. 동부건설은 한국토지신탁의 관계회사다.

    건설사가 조선소가 주력인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서 한진중공업이 부동산 개발에 투입될 공산이 커졌다. 동부건설 측은 영도 조선소 등 부지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의 시각은 싸늘하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 조선소 약 8만평(26만㎡) 외에도 인천 율도부지, 동서울터미널 등 알짜배기 땅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 관계자는 "영도 조선소 부지는 아파트 개발하기에 딱 좋은 땅"이라며 "국내 최소의 조선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돼 안타깝다"고 했다.
  •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자료사진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자료사진
    예비협상 대상자로 내려앉은 SM그룹의 아쉬움도 크다. 그룹이 보유한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을 통해 해운과 조선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SM그룹의 해운기업들도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킨 케이스다.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LNG선과 LNG연료추진선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호재였다. 한진중공업은 13~15만톤급 중대형 LNG선과 벙커링선 제작에 강점을 지닌 업체다.

    한진중공업 인수에는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 회장은 "지금까지 50여개 회사를 인수했지만 한 번도 회사를 매각한 적 없다"며 "한진중공업 또한 전 임직원이 일심단결해 노력한다면 조선소 경영정상화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 매각이 한진해운 파동 당시와 유사한 결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이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1000명이 넘는 영도조선소 노동자들과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