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 급증… 수탁수수료 늘어수수료율 하락 등 불확실성 요인고성장세 IB·WM 비즈니스 주목, 디지털 혁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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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이 여느 때보다 많은 이익을 시현했다. 브로커리지에서 얻은 수익은 근래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다. 당분간 급증한 증시 거래대금으로 호황 국면이 지속되겠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거래대금 감소와 수수료율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은 IB(투자은행)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거래가 위축된 만큼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도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 

    1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ETF 기준)은 25조4000억원이다. 2019년 대비 2.4배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급격한 성장세는 1999년 IT 버블 이후 21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증시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주요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국내 8개 대형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KB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수탁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국내 주식 외에도 파생상품, 해외주식 등 다양한 수탁수수료가 늘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는 증시가 급락하지 않는 한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겠지만, 증시 거래대금에 대한 추정은 근본적으로 미래 예측이기에 불확실성이 다소 크다"며 "다만 거래대금의 감소와 수수료율의 하락을 감안할 때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위탁수수료는 전년 대비 22% 감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주식 위탁수수료율의 경우 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미국의 로빈후드처럼 무료 수수료를 전면에 내세운 증권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사업의 핵심을 IB와 자산관리로 이동시키려는 증권사들이 고객 유인을 위해 위탁수수료율을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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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위탁매매 등 특정 사업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증권회사들이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고른 수익을 거두며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COVID-19 이후 글로벌 증권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부문 수익 기여도는 44%로 집계됐다. 이어 자기매매(트레이딩) 27%, IB 23%, 자산관리 6% 순이다. 전년 대비 위탁매매 비중이 11%포인트 높아진 반면 자산관리 부문은 1%포인트 낮아졌다. 

    골드만삭스 등 12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 비중은 FICC(채권·외환·파생상품) 38%, 자산관리 24%, IB 20%, 기타(PI투자 등) 18% 등이다. 자산관리 부문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2010년 13%에서 2019년 22%, 지난해 상반기 24%까지 높아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것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등 전통 사업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고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 창출 역량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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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해지면서 증권업계는 장기 성장성이 높은 IB와 자산관리 부문 역량 강화에 더욱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IB 산업은 지난 10년간 금융업종 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증권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IB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지속되고 있다. 

    2013년 2650억원에 불과했던 10대 증권사의 IB 수수료는 2019년 2조1400억원으로 늘었다. 6년간 무려 8배 성장한 규모다. 순영업수익에서 IB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개편 이전인 2013년 7.9%에서 2019년 18.4%로 상승했다.

    다만 IB 수익의 60% 이상이 부동산 PE(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발생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 호황이 끝날 경우 개발 관련 비즈니스가 줄어들고, 금융권의 PE 리스크 회피 현상이 발생하면 증권사 IB 수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관리 개념 확산과 자산배분형 투자의 보편화 흐름도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구 연구원은 "초저금리로 인해 안전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고, 자산관리 개념 확산에 따른 자산배분형 투자가 보편화될 전망"이라며 "잉여금이 늘어난 기업들의 금융자산 투자 확대와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면서 전문 투자가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자산운용 시장의 고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거래가 위축된 만큼 디지털 혁신을 통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도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증권사들의 경우 수년 전부터 전 사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포, ICT 분야 대규모 투자를 수행해 왔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이 가속화되면서 금융투자산업도 중개, 자산관리, 투자은행, 자기자본투자 영역 모두에서 비대면 혁신 서비스가 증가하는 등 증권사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ICT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선포하고, 전사적으로 디지털 기반의 자원 배분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