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주간사, 예비입찰 7곳 중 4~5곳 압축영업실적 회복 지연 신용전망 하향 조정소수지분 매각 어려움 속 매각 무산 이력 부담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내연기관 수요 감소 우려도
  • ▲ SK루브리컨츠. ⓒ성재용 기자
    ▲ SK루브리컨츠. ⓒ성재용 기자
    '지크(SK ZIC)' 브랜드로 잘 알려진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이 본궤도에 올랐다. 업황 침체와 성장성 제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상황에서도 7곳의 원매자가 예비입찰 응찰했으며 매각 측에서는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렸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소수지분인데다 매각이 불발된 이력이 있는 만큼 2월께 예정된 본입찰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매각과 관련, 최근 4~5곳의 원매자들이 숏리스트 선정을 통보받았다. 숏리스트에는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고루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진행된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는 7곳의 원매자가 응찰했다. 매각 측은 한 달여 만에 원매자들을 추렸고, 이들은 SK루브리컨츠에 대한 상세실사 기회를 부여받았다.

    통상적인 M&A 절차를 감안하면 구속력 있는 가격 제안을 하게 되는 본입찰은 내년 2월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원매자들은 상세실사와 경영진 인터뷰(MP) 등을 진행하며 본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SK루브리컨츠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시장에서 매물화되거나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가 불발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때문에 최종 딜 성사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SK그룹과 인수 후보간 가격 눈높이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과제로 꼽힌다.

    앞서 SK그룹은 2013년 처음 상장을 시도했으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2015년 M&A시장에 매물로 나와 MBK파트너스와 진지한 협상을 이어나갔으나, 막판 결렬됐다. 동시에 IPO도 추진했는데, 밸류에이션 저평가로 거래소 예비심사 도중 이를 철회했다.

    2018년 재차 IPO에 도전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수요가 들어오자 스스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희망 공모가 기준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는 최대 5조2000억원이었지만, 시장에서는 고밸류에이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가순이익 비율(PER) 기준 15배에 달해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딜 초반에는 SK그룹이 SK루브리컨츠의 기업 가치를 5조원대로 바란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3조원대 안팎으로 눈높이를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FI의 엑시트 보장 조건에 대한 매도자와 인수 측이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중인 SK루브리컨츠 지분 100% 중 경영권 51%를 제외한 49%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소수지분 매각인 만큼 IPO를 통한 엑시트가 기본전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데다 내연기관에 필요한 윤활유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IPO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SK루브리컨츠의 영업이익은 1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70억원에 비해 34.0% 줄어들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5172억원에서 1조9666억원으로 2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년 전(2018년 3분기 누계) 영업이익 386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당기순이익(1245억원)과 영업이익률(6.94%)는 2016년 3분기(누계) 이후 4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의 시차 효과와 정유사들의 정제설비 가동률 하락에 기인한 수급 개선 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판매량 감소,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등이 반영되면서다.

    4분기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윤활유 및 윤활유 마진 하락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연간 기준 상당한 매출 및 이익 규모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은 4분기에 매출액 5725억원, 영업이익 691억원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8552억원에 비해 33.0% 감소하며 영업이익(868억원)은 20.4%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액은 2조2918억원, 영업이익은 206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매출액은 2018년 3조4719억원 이후 2년 연속 위축되는 것이며 영업이익은 2017년 4930억원 이후 3년째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수시평가를 통해 SK루브리컨츠의 신용전망을 2년여 만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원무 한기평 전문위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윤활기유 및 윤활유 마진 하락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수익성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근 업계의 신증설로 인한 공급 부담과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을 감안할 때 향후 본격적인 업황 및 실적 회복 시기에는 다소 불확실성이 내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 SK루브리컨츠 연결 기준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SK루브리컨츠. ⓒ한국신용평가
    ▲ SK루브리컨츠 연결 기준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SK루브리컨츠. ⓒ한국신용평가
    게다가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탈석유, 전기차 등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 윤활유 사업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와 이들 자동차의 주행거리에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의 성능이 개선되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줄어들수록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전기차의 등장은 윤활유 생산기업의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한 보고서를 통해 "윤활유는 석유가스업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제품이었다"며 "전기차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발전, 그린뉴딜의 강화, 공유경제 및 렌트사업의 성공 등으로 윤활유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마진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는 현금창출능력이나 시장 지위에 있어서 탁월한 기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탈석유,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등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 면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SK그룹 자체도 '그린'이란 키워드를 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SK루브리컨츠가 여러 차례 IPO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FI들은 SK그룹으로부터 더욱 확실한 보장조건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SK그룹의 배당 성향이나 IPO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QIPO(Qualified IPO) 등 꼼꼼하게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FI 입장에서는 이번 딜의 경우 IPO가 쉽지 않아 중간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중간 회수하고 엑시트할 때 SK그룹에 정해진 조건으로 지분을 되파는 식의 구조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수혈이 시급해진 만큼 이전과 같은 고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유가 변동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대규모 배터리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재무여력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자회사 지분 매각, 상장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SK그룹이 그동안 여러 번 SK루브리컨츠의 IPO와 M&A를 시도했던 터라 이번에 소수지분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SK그룹은 자본시장과 PEF 생태계를 가장 잘 알고 활용하는 그룹 중 한 곳인 만큼 밸류에이션과 보장 조건에 대해 열린 자세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