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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확장법 232조 악몽은 해소될 수 있을까.
美 바이든 정부 출범에 국내 철강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탄소국경세 도입 등은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그간 대미 수출의 걸림돌이었던 무역확장법 폐지 가능성은 호재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낮 12시 제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취임 직후부터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나설 예정이다.
동일 선상에서 무역 정책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무역확장법 232조 폐지 여부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 공정경제,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향에 세계 무역질서에 반하는 무역확장법은 폐지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 철강사들은 수입 급증이 반복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장 현지 단체들은 무역확장법 유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철강협회, 미국 철강 노동조합, 강관수입위원회, 미국 강구조학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철강 수입 관세와 쿼터제 유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OECD 자료를 근거로 "글로벌 철강산업 과잉 생산이 7억톤 수준"이라며 "무역 규제가 완화된다면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에 나타났던 철강 수입 급증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으로 설비 재가동, 해고 직원의 재고용 등 미국 철강업계가 100억달러의 투자를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시행하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232조 대상국에서 제외됐지만, 수출 쿼터제란 새로운 규제로 대(對)미국 수출길이 대폭 좁아졌다.
따라서 무역확장법이 폐지되면 국내 철강사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열연 등을 수출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강관을 생산하는 세아제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무역확장법이 폐지되더라도 동일 수준의 무역 규제는 지속될 것이라 내다본다.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이어져 온 보호무역주의는 민주당의 기본 정책 방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5월 글로벌 과잉 공급이 해결되기 전까지 무역확장법에 기반한 철강 관세 25%를 유지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쿼터제가 풀린다 하더라도 여러 제품이 반덤핑에 걸려 있는 문제가 있다"며 "미국 수출을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향후 새로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탄소국경세는 새로운 걱정거리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서 생산된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거나, 전 세계 각국에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금지를 요구하겠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세대 민동준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탄소국경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철강재 수출량이 많은 한국 역시 타깃이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