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주도 큰손 자산관리 내실 다져KB, 서비스 개편·한투, 타사 협력 역량 강화·NH, 관련 조직 개편머니무브 현상 당분간 지속 예상…특별한 대우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증권사 매력 높아져
  • 초저금리에 역대급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베이스캠프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가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고액자산가들의 투심을 잡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초고액자산가 관리 서비스 개편 또는 타사 협력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큰손 투자자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자산관리에 특화한 초고액자산가 관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 일환으로 홍콩, 싱가폴 등지에서 초고액 자산가 대상으로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해온 크레디트스위스와 업무협약을 지난 20일 체결했다. 협업을 통해 국내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자문 및 글로벌 투자상품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투 측은 이번 협업을 통해 초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글로벌 투자상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 협력 방안을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 GWM센터를 전용지점으로 운영하며 양사 간 협력 관계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한투는 지난해부터 30억원 이상 보유 고객을 전담하는 GWM 전략담당을 신설하고 초고액자산가 특화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해당 조직은 자산관리와 기업 자금운영, 가업승계와 후계자 양성 등 초고액자산가에게 필요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상장·비상장사 최고경영자 모임인 진우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GWM 자산승계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KB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제공하던 에이블 프리미어 멤버스 서비스를 이달 들어 전면 개편에 나섰다. KB증권은 VIP 고객을 위해 자산관리·여행·쇼핑·골프·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치 서비스를 연간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서비스 개편은 멤버십 고객 대상을 확대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등급을 2단계에서 3단계로 늘리며 '블랙', '퍼플'에 이어 '프리미엄 블랙'을 추가했다. 평균잔고 30억원 이상, 일정 기여 수익 이상을 낸 투자자들에 부여하는 최상위 등급이다. 

    또한 고액자산가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축소하는 대신 특급호텔·골프장 서비스를 강화했다. 멤버십 고객을 위한 전용 체크카드도 출시했다. 호텔·골프장 등 멤버십 가맹점에서 보다 편히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고, 카드 사용금액에 따라 0.5% 무제한 캐시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관리 강자인 삼성증권은 일찌감치 고액자산가 관리에 뛰어들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전담점포인 SNI지점을 오픈, 지난해 SNI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1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시작했다. 각 가문별 전담팀을 통해 공동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특화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정기 임원 인사에선 김상훈 리테일전략담당과 백혜진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고객 15만5000명을 확보하고 있다.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채널인 프리미어블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올해 관련 조직 개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프리미어블루 본부 내 PB서비스기획부를 신설해 고액자산가 고객 대상의 서비스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어블루 센터는 내부적으로 실력과 경륜이 출중한 직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앞다퉈 고액자산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 은행보다는 IB(투자은행) 부문 등 다양한 대체 투자처를 발굴해 상품화하는 증권사가 더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례 없는 증시 호황으로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4431억원을 기록으로, 지난해 12월 31일(631조1380억원) 이후 22조6949억원이나 줄었다. 업계에선 은행 자금이 대부분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당분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은행보다 고액 자산관리 문턱도 더 높아 큰손 고객들 입장에선 더 세심한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액자산가들 입장에선 증권사가 매력적"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확실한 고객이기에 증권사도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