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0년부터 8년간 철스크랩 담합 ‘가격인상 요인 차단’영남·경인권 권역별 이행…구매팀 실무자 기준가격 중요정보 교환공정위, 피심인 적격 등 추가심의후 檢고발…추가 징계 예고
  • ▲ 공정위는 26일 철스크랩 구매가격을 담합한 7개 제강사에 3000억 8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뉴데일리 DB
    ▲ 공정위는 26일 철스크랩 구매가격을 담합한 7개 제강사에 3000억 8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뉴데일리 DB

    제강제품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구매가격 담합 혐의로 국내 7개 제강사에 3000억8300만원의 과징금 폭탄이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7개 제강사가 2010~2018년 철스크랩 구매시장에서 담합행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제강사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909억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원, 와이케이스틸 429억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3800만원이다.

    특히 이들 업체에는 향후 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금지명령, 교육명령의 시정조치와 함께, 공정위는 피심인 적격 등의 사안과 관련 추가심의를 통해 검찰 고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철스크랩 시장은 고철을 수집하는 ‘수집상(소상)→수집된 고철을 집적하는 중상→납품상(구좌업체)’을 거쳐 제강사에 납품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철스크랩은 철강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폐철강제품 등을 수집해 선별·가공처리한 고철로, 제강제품 주 원재료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수거되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즉시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에 제강사들은 내부적으로 정한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에 인센티브, 운반비 등을 더한 구매가격을 지불하고 철스크랩을 구매하게 된다.

    이때 제강사들은 철스크랩 가격변동 요인이 있을 때마다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을 변경해 구좌업체에 통보하며 구매 기준가격 변동은 모든 철스크랩 등급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철스크랩 시장은 국내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은 만성적 초과수요 시장으로 제강사간 구매경쟁이 치열하며 특정 제강사가 재고확보를 위해 구매 기준가격 인상시 철스크랩 물량이 해당업체에 집중되고 다른 제강사들은 재고확보가 어렵게돼 경쟁적 가격인상이 촉발될 수 있다.

    이로인해 7개 제강사들은 2010~2018년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폭(인상·인하·유지) 및 변동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담합은 현대제철의 주도로 7개 제강사들의 공장 소재지에 따라 영남권과 경인권 등 2개 권역에 걸쳐 이뤄졌다.

    7개사가 모두 가담한 영남권 담합은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들 간 중요정보 교환을 통해 이뤄졌는데 2016년 공정위 부산사무소 현장조사 이후로는 구매팀장 모임은 자제하는 대신 보다 은밀하게 중요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지속했다.


  • ▲ 7개 제강사의 담합은 구매팀장 모임에서 기준가격 관련 중요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합뉴스 제공
    ▲ 7개 제강사의 담합은 구매팀장 모임에서 기준가격 관련 중요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합뉴스 제공

    - 담합사실 보안유지 철저 ‘모임 예약시 가명- 법인카드 사용 일절 금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주도한 경인권 담합은 영남권 제강사 담합과는 그 상황이나 양태에서 차이가 있는데, 경인권의 경우 영남권에 비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철스크랩 공급 대비 초과수요의 정도가 낮아 동일한 철스크랩의 등급일지라도 구매 기준가격이 5~20원/kg 정도 낮았다. 구매팀장 모임의 빈도는 35회로 영남권 120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권역별 담합실행 내용을 보면 영남권 제강사들은 2010~2016년 기간 철스크랩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들의 기준가격 관련 중요정보 교환을 통해 기준가격의 변동폭 및 그 시기 등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제강사 구매팀장들이 모임을 갖고 합의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제강사 구매팀 직원의 업무수첩에 고스란히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제강사는 2016년 이후로는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는 대신 각사 구매팀 실무자들의 기준가격 관련 중요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뤄진 2018년 2월까지 합의를 지속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경인권에서 2010~2016년 기간 철스크랩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들의 기준가격 관련 중요정보 교환을 통해 기준가격의 변동폭 및 시기를 합의했다.

    경인권 소재 제강사는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비롯 5개사가 운영중인데 이중 세아베스틸, 케이지동부제철, 환영철강공업은 이 사건 담합 가담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조치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7개 제강사들은 담합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유지를 위해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모임 예약시 가명을 사용하고 회사 상급자에게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한편, 법인카드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현금을 갹출해 식사비 결제 및 모임 결과에 대한 문서작성 금지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김정기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조치는 철스크랩 구매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동안 이루어진 담합을 적발·제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식품·소비재 등 국민생활 밀접분야 외에도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부자재 담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