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링 하네스' 사태 겪고 재고 관리 진일보아우디·폭스바겐 '감산'… 포드·GM 등도 생산차질공급 균형 깨져…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현대차그룹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남다른 재고관리로 어려움을 비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이 끊기면서 공장이 잇따라 멈췄던 경험을 톡톡히 활용한 덕분이다.

    26일 업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 혼다 등은 반도체 부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우디는 일부 고급 세단 생산을 연기하기로 했다. 1만 명이 넘는 직원은 일시휴직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중국과 유럽 지역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해치백 골프를 한 달간 만들지 못했다.

    포드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SUV 공장 문을 닫았고, FCA와 GM 등도 같은 이유로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반도체 품귀 현상에 미국 지역에서 픽업트럭 툰드라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혼다와 닛산 등도 소형 세단을 예정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부품회사인 콘티넨탈, 보쉬 등도 반도체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차가 팔리지 않자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반도체 회사는 자연스레 생산을 줄이고 가전제품이나 모바일, PC 주변기기를 만드는 곳에 우선적으로 납품해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를 사려는 수요는 크게 줄었고, 재택근무 등에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 수요는 폭증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이 멈추거나 공급이 지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기 전에 또다시 실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최근 판매 중인 차에는 최대 2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제어장치(ECU)부터 미끄럼 방지장치, 인포테인먼트, 후방 카메라, 조명, 운전대, 사이드미러 등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달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보편화됨에 따라 차를 한 대 만드는 데는 최소 수십여 개까지 반도체가 필요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아직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약 2개월분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 제2의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를 막기 위해 신중하게 대응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 당시 각종 전자장치를 연결하는 전선 뭉치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이 끊기면서 공장이 잇따라 멈춰서는 경험을 했다. 공급받던 중국 부품 공장이 멈추면서 전체 생산 라인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수요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점검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반도체 마련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22일 완성차 및 반도체 업계 관계자와 수급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반도체 부족 어려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완성차 수요가 양호하지 못해 제조설비 증설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