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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지원금 당정 갈등에 입뗀 文대통령…표현 모호·노림수는 '레임덕' 타개?

"재정감당 범위서 과감한 위기극복"… 홍남기 부총리 힘 실리나쟁점 '재정여력' 두고 견해차 여전… '이현령비현령' 해석 분분당정, 설 연휴 후 본격 협의… 靑 의중은 당정 태도변화 지켜봐야

입력 2021-02-08 17:24 | 수정 2021-02-08 17:27

▲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지급 병행을 두고 당정간 갈등이 심상찮은 가운데 논란에 물꼬를 텄던 문재인 대통령이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특유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두루뭉술 화법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일단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다만 핵심 쟁점인 '재정 여력'을 두고 견해가 첨예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만 부채질한 셈이 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자체보다는 발언의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정간 갈등이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분수령으로 앞으로 여당과 재정당국의 반응을 보면 문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견해다.

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제 충격과 관련해 "우리는 위기도 대응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며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방안을 강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선별·보편지급 병행을 두고 여당과 재정 당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 얼핏 보면 과감한 지원을 주문하면서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 일단 선별지급을 두텁게 하자는 홍 부총리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그러나 당정 간 견해차는 '재정 여력'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갈리는 만큼 시각에 따라선 여당의 주장대로 홍 부총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우리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말한 '정부'의 범위를 어디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를 '재정 당국'으로 보면 홍 부총리, 행정부 수반이 있는 청와대로 보면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 대해 "한국은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대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부분에서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다소 우세하다.

다만 홍 부총리가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의 지지지지(知止止止)란 표현을 써 거취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소신을 꺾지 않아 문 대통령이 일단 홍 부총리를 다독이려고 꺼낸 말이라는 견해도 없잖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과 홍 부총리가 어떤 태도변화를 보일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내부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의중을 따로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에 대해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뜩이나 레임덕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로선 책임은 피하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당정이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 남은 기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림수가 깔렸을 수 있다는 견해다.

▲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9조3000억원 피해지원대책(3차 재난지원금) 집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집행에 속도를 내달라"며 "피해가 심해지는 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 사각지대에 대한 보강 지원 등을 점검하고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4차 지원금 검토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취약·피해계층에 위로를 드린다"며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상생연대 3법의 국회 심의를 서둘러달라"며 "영업제한·금지에도 부과되는 각종 공과금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추경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면서 "설 연휴 이후 거리두기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주 당정 협의를 시작하고,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 방역수칙으로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게 좀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 위로와 경기 활성화 차원의 지원금도 필요한 만큼 넓게 지원한다는 방침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홍 부총리와 기재위 소속 의원 간 실무 당정을 진행하고자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정치권에선 홍 부총리가 '선별·보편 동시지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던 여진이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민주당.ⓒ연합뉴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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