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청문회' 신영수 부사장 대리 참석불참 사유 '경영권 이양'… 지난해 12월 이후 경영 손 떼3월 주총 이후 사임 공식화-강신호 단독 대표 체제로
  • ▲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 CJ그룹
    ▲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 CJ그룹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3월 주주총회 이후 고문으로 이동설이 회자된다.

    박 부회장은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청문회에 불참했다. 회사 측이 국회에 공식 제출한 불출석 사유는 ‘경영권 이양’이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최근 택배부문을 맡은 신영수 부사장이 대신 출석했다.

    박 부회장의 퇴임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강신호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관련설이 분분했다. 앞서 ㈜CJ 등기이사직을 내려 놓은 상태로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 많았다.

    박 부회장은 다음 달 정기주총 이후 사임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현재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 공동대표로 1년여 임기가 남아있지만 정기주총에서 직접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의 결정적 원인은 ‘과로사 논란’이다. 국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내내 박 부회장은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지난해 택배 업계에서 발생한 총 16건의 과로사 추정사고 중 6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었다.

    CJ대한통운은 과로사 이슈에 가장 먼저 대응했지만 달아오른 이슈는 해가 바뀌어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박근희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분류인력 투입 등 해법까지 제시했지만 싸늘한 여론은 가시지 않았다.

    마침내 기자회견 두 달 후 그룹에서 강신호 대표가 합류했다. 회사측은 일각의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놓은 상태였다.

    “강 대표는 내부 살림, 박 부회장은 과로사 이슈 수습에 집중할 것”이라는 회사측 설명은 립서비스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사내 직책 마저 개편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날 산재 청문회에 대신 출석한 신영수 부사장이 모든 택배부문을 총괄했다. 의사 결정권을 행사해야 할 자리엔 늘 신 부사장이 자리했다.

    대리점연합회 등도 이때부터 박 부회장 대신 신 부사장을 카운터 파트너로 여겼다.

    내부 역학구도가 바뀌면서 비빠진 쪽은 CJ대한통운 대관파트였다. 청문회를 주도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벌였다.

    임 의원 측은 그가 실질 경영권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판단 아래 신 부사장의 대체 출석을 허용했다는 후문이다.

    3월 주총 이후 대한통운은 강신호 대표 단독 체제가 유력하다.  강 대표가 CJ대한통운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신영수 부사장 부문장들이 개별 사업을 상세히 다루는 구조다.

    박 부회장은 제한적인 고문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신 부사장의 대체 출석은) 올해 그룹인사에서 강조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실무자의 책임 있는 설명을 위한 조치로, 박 부회장의 거취와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맨’ 박근희 부회장은2018년 CJ합류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당시 재계는 박 부회장의 합류를 삼성, CJ간 화해의 상징으로 여겼다. 박 부회장은 첫 보직이 CJ대표이사 였으며 이후 대한통운 단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