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역사상 가장 비싼 리콜… 국내외 8만1701대

현대자동차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전기차 리콜을 시행한다.

코나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전 모델에 대한 배터리 교체를 결정한 것. 그 규모는 국내외를 합해 8만대를 넘어선다.

아이오닉5 본격 판매를 앞두고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종식시키겠다는 현대차의 강한 의지가 리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코나EV 2만5083대, 아이오닉EV 1314대, 일렉시티 버스 302대 등 2만6699대에 대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나EV 5만597대, 아이오닉 4402대, 일렉시티 3대 등 5만5002대의 해외 리콜 예정대수까지 더해지면 전체 규모는 8만1701대에 달한다.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2017년 9월∼2019년 7월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다.

이는 전기차 리콜 역사상 최대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현대차가 전기차 역사상 가장 값비싼 리콜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리콜은 오는 3월 29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국내 리콜대수만 2만6000여대에 달하는 만큼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빠르게 리콜을 결정한 것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의 리콜 발표가 현대차의 아이오닉5 공개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온라인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처음 적용된 모델이다.

결국 아이오닉5로 시작하는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현대차가 이번 리콜을 실시했다는게 업계 전반적인 판단이다.

이날 행사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코나 전기차 화재로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조만간 발표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은 향후 해결과제다. 현대차는 우선 리콜을 실시한 뒤 LG에너지솔루션과 비용 분담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 24일 코나 전기차 리콜을 발표하며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셀 결함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토부는 "코나 전기차 등 3개 일부 차종에서 배터리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부인하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국토부 발표 후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리콜의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의 경우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잘못된 BMS 업데이트와 화재와의 연관성을 관련 기관과 추가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국토부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24일 국토부 발표 이후 오후 2시부터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제조 불량으로 인한 배터리셀 내부 단락(합선) 결함이 발견됐다"며 사실상 배터리 결함을 인정했다. 

국토부 결과 발표에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향후 비용 분담을 놓고 양측이 큰 갈등을 빚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선 배터리 교체를 실시하고, 엘지에너지솔루션과의 비용 분담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적극적인 리콜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혜택도 내놨다.

서비스 거점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홈투홈'(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배터리 교체 기간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리콜 고객을 대상으로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2개 교환 쿠폰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