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국행 이유는 차등의결권 부재시총 100대 기업 분석 결과 매출·고용·투자 모두 악영향바이두, 알리바바 떠나자 상해와 홍콩 거래소 서둘러 도입한국, 벤처육성법 논의 비상장 기업에 3년 적용 등 제한 많아
  • 쿠팡의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국내에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자료사진
    ▲ 쿠팡의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국내에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자료사진
    쿠팡의 미국 뉴욕거래소(NYSE)행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등의결권 제도가 기업의 매출, 고용,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대적 M&A에 대응하고 자국기업의 해외상장을 방지하는 것 뿐 아니라 경영성과 제고를 위해서라도 확대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글로벌 5대 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100대 기업을 전경련이 분석한 결과 코카콜라, 나이키, 알리바바, 페이스북 등 제조업에서 IT기업까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상장돼 있다. 뉴욕과 나스닥 외에도 도교증권거래소의 사이버다인, 상해와 홍콩 증권거래소에는 유클라우드와 콰이쇼우 테크놀로지가 대표적 사례다.

    1898년 최초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뉴욕증권거래소는 1940년 주주 차별논란에 이를 금지했다. 이후 1980년대 적대적 M&A가 성행하고 혁신기업들이 잇따라 나스닥에 상장하자 1994년부터 다시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뒤이어 나스닥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등 혁신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며 상장했고,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단원주 제도를 도입해 차등의결권과 동일한 효과를 얻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IT 기업이 잇따라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것을 계기로 상해증권거래소는 2019년, 홍콩증권거래소는 2018년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반면 한국 증권거래소는 원칙적으로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쿠팡이 NYSE 상장을 추진하자 부랴부랴 벤처육성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지만,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적용데는데다 상장 후 3년까지만 보장해주는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전경련
    ▲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전경련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 매출과 고용, 투자 증가에도 크게 유리했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분석결과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총매출은 54.4%, 고용은 32.3% 증가한데 비해 미도입 기업은 각각 13.3%와 1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R&D투자는 190.8%, 설비투자는 74.0% 증가한 데 반해, 미도입기업의 R&D투자 증가율은 49.1%에 그쳤으며 설비투자는 0.7% 감소했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 고용으로 실적개선에 용이했다는 분석이다.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은 당기순이익(75.9%), 영업이익(65.6%) 모두 미도입 기업(당기순이익 21.0%, 영업이익 15.9%)보다 크게 증가해 수익성도 뛰어났다. 도입 기업들의 자본은 75.6% 증가한 반면 부채비율은 89.0% 감소했다. 반면 미도입 기업들의 자본은 21.4% 증가에 그치고 부채비율은 6.9% 증가했다.

    경영 안정화와 매출 증가, 또 실적 개선은 주주 배당으로 이어졌다. 차등의결권 도입기업들은 배당금 규모, 희석주당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희석주당이익은 전환사채 등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주당이익을 측정하는 수치다.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희석주당이익은 2014년 대비 100.1%로 2배 뛰어올랐지만, 미도입 기업은 52.1% 증가에 그쳤다. 배당성향 또한 도입기업이 14.9% 증가한 반면 미도입기업은 6.3% 감소했다.

    때문에 기업 경영권 안정과 경영성과 개선, 배당확대를 위해서라도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차등의결권 세계 5대 증권시장 모두가 도입 중인 글로벌 스탠다드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최근 논의 중인 벤처육성특별법도 차등의결권 적용범위를 비상장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유효기간도 상장 후 3년으로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 노력이 미진하다"며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국내 유수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에 직상장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