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주 전국 3900여가구 공급에도 서울물량은 '0'일정 늦출수록 분양가 높게 책정돼 공급지연현상 뚜렷
  • 3월 분양 성수기가 도래했으나 서울은 여전히 개점휴업상태다. 공급부족으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집마련 기회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전국에서는 총 3900여 가구가 공급되지만 서울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단 1가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 공급된 강동구 고덕동 고덕강일제일풍경채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하늘채베르 분양 이후 또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셈이다.

    분양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래미안원베일리와 둔촌주공 등도 올해 상반기 분양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속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 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발표하고 분양가 현실화에 나섰지만, 공급물꼬를 트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분양을 앞둔 서울 아파트 대부분이 정비사업이다보니 공급지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 받아야 사업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분양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청약 경쟁률은 더욱 과열되고 있다. 최근 분양한 고덕 강일 제일풍경채와 자양 하늘채 베르가 입지나 평면에 대한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 평균 100대 1을 넘기면서 서울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증명됐다. 

    고덕 강일 제일풍경채의 경우 전용 84㎡A에서 만점에 가까운(82점) 높은 가점의 청약통장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전용면적 최저점은 74점이었다. 청약가점 74점은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15년 이상 충족하고 부양가족수가 4명, 즉 5인 가구여야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다.

    이 단지의 전체 평균 청약 당첨가점은 69.05점이었다. 부양가족이 3명인 4인 가구가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기간(각각 15년)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만점이 69점인데, 청약 당첨 커트라인점수가 되버린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올해 서울 첫 분양아파트 자양 하늘채 베르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51가구 모집에 1만4755명이 몰렸고, 1순위 평균 경쟁률만 367.3대1에 육박했다. 

    소형 평형으로 3인 가족 실거주 불가 등 부정적 의견이 제기됐으나 전용 46㎡A 당첨 최고점은 무려 75점이었다. 전용 46㎡B 당첨 최고점 역시 74점으로 고가점 통장이 몰렸다. 청약점수가 낮은 3040대가 분양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에 따른 청약과열현상의 문제점과 함께 현 청약 가점제도를 손봐야한다고 지적한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장을 맡고 있는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주택분양제도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청약제도를 다시 설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신혼부부와 특별공급에 많은 물량을 할당하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 세대 내 계층 간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으며, 부양가족 수에 높은 비중을 두는 가점제도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가구·세대 추이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기식 소장은 "각종 형평성을 고려할 때 30대 신혼부부에게는 저렴한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를 안정시키고, 주거비 부담 경감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울러 주택 분양의 기회는 40, 50대 장기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질 수 있도록 분양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