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당 한대 꼴고장 여부나 누수, 책임보험 모르는 '깜깜이 매물'"상단 노출 상품이 수익, 자체 검증 어렵다"
  • ▲ 엔카닷컴 기업 로고(CI) ⓒ엔카닷컴
    ▲ 엔카닷컴 기업 로고(CI) ⓒ엔카닷컴
    허위매물과 사고·수리 이력 숨기기 등 중고차에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엔카닷컴 마저 ‘깜깜이 매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의 기본이 되는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성능기록부)조차 없는 중고차가 1만6000대가 넘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뉴데일리경제 취재 결과 엔카닷컴에 이날 오후 기준 등록된 중고차 11만9581대 중 13.8%인 1만6507대는 성능기록부가 없었다.

    이 가운데는 의무적으로 성능기록부를 발행해야 하는 중고차 매매업자의 매물 1만540대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10대 중 한 대 꼴로 차량에 대한 이력서가 없는 셈이다.

    국산차 8만2008대 중 9321대(11.3%), 수입차 3만7571대 중 7185대(19.1%)가 깜깜이 차였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필수 증빙서류다. 일종의 등기부등본이자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건강검진 기록부에 해당한다.

    연식과 최초 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와 사고‧수리 이력, 동력전달장치와 조향‧제동장치 고장 여부, 변속기 누수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58조 1항에 따라 매매업자(개인은 제외)는 중고차를 팔거나 알선할 때 계약을 체결하기 전 성능기록부를 반드시 서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만약 성능기록부와 다른 허위나 이상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 무상 수리 및 보상,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이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소비자들은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성능기록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고차는 제대로 된 매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정보와 내용을 알지 못할뿐더러 덜컥 사더라도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성능기록부에 대한 보험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매업자는 알선이나 거래를 마치는 동시에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을 안내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 3의 4항에 명시된 대로 보장 금액, 보험회사, 보장 기간 등을 담은 관계 증서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성능기록부를 보지 못하면 책임보험 가입 여부 조차 확인하기가 어렵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성능기록부를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런 경우 책임보험 가입이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곳곳에서 ‘빈틈’이 드러나면서 엔카닷컴은 관리 소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성능기록부를 발급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엔카닷컴이 매매업자, 소비자 사이 알선,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면서도 좀 더 깐깐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고 검증 요건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퇴사자는 “엔카닷컴은 매매업자에게 보유 중인 매물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파워 팩’이란 상품을 비싼 값에 팔고 있다”며 “이를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데, 정확한 상태 점검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 측이 기본 중 기본인 성능기록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수년째 손 놓고 있다”면서 “매매업자가 개인 거래로 위장해 중고차를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엔카닷컴 측은 “성능기록부가 미비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매매업자가 게재하지 않은 것은 손쓸 방법이 없다”고 책임을 미뤘다.
  • ▲ 엔카닷컴 인증을 거친 중고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엔카닷컴
    ▲ 엔카닷컴 인증을 거친 중고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엔카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