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환골탈태사명변경-얼라이언스가입-흑자전환-주가 고공행진실적반전에 매각설 재등장… 현대차 CJ 등 거론
  • 배재훈號 HMM이 부활 항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9808억원을 거두며 10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사명 변경-얼라이언스 가입-실적개선-주가부양 등이 이어지며 고공행진이다.

    반전의 중심엔 배재훈 사장이 있었다. 정부의 해운 재건 지원 정책과 함께 HMM 수장이 된 배 사장은 주특기인 글로벌 영업력과 경영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배 사장은 우선 '큰 배(컨테이너선) 만들기'에 집중했다. 배 크기가 클수록 한 번 운행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개수가 많아져 운임비를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일환으로 국내 조선사와 3조원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밑 빠진 독'이라는 비아냥 속에 "곧 망할 기업에 혈세를 낭비할 필요 있냐"는 비관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HMM은 해운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묵묵히 준비 작업을 이어갔다.

    취임 1년만인 지난해 4월엔 사명을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바꾸고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다졌다. 

    비용 절감을 통해 체질 개선도 단행했다.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 신규 해운동맹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운송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해운동맹 내에서는 각 사의 배를 공동으로 운용해 불필요한 운송비 등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6년 동안 몸담았던 물류회사 범한판토스에서 물류뿐 아니라 IT 분야에서 쌓은 경험 등이 HMM 경영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그는 컨테이너 해운 경험은 없지만 2009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오며 물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 시장에선 올해 선복량을 추가로 늘리고 해운운임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HMM이 올해 역대 최대인 2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지난해 초 2000원대까지 추락했던 HMM 주가는 최근 3만원에 넘어서며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1년 만에 1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품 소비가 늘면서 당분간 컨테이너 수요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유럽 항로 운임까지 폭등하면서 올해 HMM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태평양항로의 물동량 증가와 이에 따른 업황 호황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도 컨테이너 운임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보수적으로 봐도 순이익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의 도약 준비를 마친 배 사장은 미래 전략에도 힘쓸 계획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배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회사의 장기 과제인 '민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은이 배 사장의 추가임기를 2년이 아닌 1년으로만 했다는 점에서 매각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HMM이 1년만에 환골탈태하자 재계 안팎에서는 HMM 매각설이 돈다. 정부가 HMM을 포스코에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양측이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이 호황기고 그만큼 HMM의 매력도 한창 높을 때다"면서 "이 시기를 놓치면 매각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내 물류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CJ대한통운을 계열사로 둔 CJ그룹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꼽는다. 

    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해운산업 위상이 높아지는 때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핵심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또 다른 성장과 도약을 도모해야 한다"며 "새해엔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정적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