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소 검증책임 떠안아…실명계좌 보수적 심사 예고은행연 참고자료 곧 배포, 거래소 무더기 '구조조정' 불가피투자자 예치금 피해 우려…중‧소형 거래소 간 인수합병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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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9월 말 100여 개의 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종합검증 책임을 떠맡은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에 보수적 접근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실명계좌 발급 관련 기준이 명확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급증에 따른 규제강화 여론까지 불을 지피며 그 불똥이 은행으로 튀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빠르면 이달 안에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거나 실명계좌 발급시 참고할 수 있는 핵심사항들을 담은 참고자료를 은행권에 배포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배포하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지침을 세워 적용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반영해 금융당국에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지만 당국은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라며 거절했다. 이에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참고자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금법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안전성, 위험성을 평가하는 책임을 떠안은 은행들은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상태로 보인다”며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혹시 사고가 터지면 은행이 그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사하자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현재 4개 대형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만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거래중이다. 나머지 100여곳에 달하는 거래소들은 오는 9월 말까지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은행들의 까다로운 태도에 100여개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9월 말 이후 살아남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10개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한 개정 특금법의 속내에는 은행들의 실명계좌 발급 평가를 통해 잠재 리크스카 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구조조정’이 담겨있을 것”이라며 “중소형 거래소가 줄폐업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가상화폐거래소의 무더기 폐쇄로 인한 불만과 가상화폐 거래소 간 인수합병(M&A)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