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손실 5068억, 6년 누적 적자 4조4400억부채비율 262%→연말 321%로 자본잠식 초입유상증자 제시했지만 신용사 우려 시그널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평정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본질적인 수익성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유상증자 등 현재 추진 중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추가적인 비경상 손실이 발생하면 신용도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삼성중공업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5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적자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8% 감소한 1조5746억원, 당기순손실은 적자 지속한 5359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 이미 지난 6년간 적자가 4조4400억원 수준으로 누적돼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6년 연속, 분기 기준으로는 14분기째 각각 적자 수렁에 빠진 셈이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무상증자와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에 나서지만 이마저도 신용도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1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018년 108.2%→2019년 157.8%→2020년 243.9%→2021년 1분기 262%로,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19.3%→28.1%→37.3%로 각각 올랐다. 올해 말 기준 부채비율을 321%(추정)로, 순차입금은 4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자본잠식 단계 초입에 삼성중공업은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의 무상감자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가로 추진한다. 

    회사 측은 무상 감자 후 유상증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무상 감자는 자본잠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단행하는 것이고 유상증자는 쏟아지는 주문에 대비, 보다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사전 투자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1분기 손실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사업역량과 수주잔고 등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한기평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단기신용등급 'A3+'를 부여하고 있다. 장기등급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광훈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해당 감자와 증자계획은 향후 주주총회의 의결과 채권자 보호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 진행과정에서 일부 계획이나 실질적 재무개선 효과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본질적 수익성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등 현재 추진중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역시 삼성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단기등급은 'A3+'를 부여했다. 

    김연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14년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 자구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는 추세에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저조한 영업수익성과 현금흐름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당분간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유상증자 참여 의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5.98%), 삼성생명(3.06%), 삼성전기(2.16%), 삼성SDI(0.38%) 등 특수관계인으로 지분 21.87%를 보유중이다.

    오는 6월 22일 임시주총을 통해 무상감자 및 유상증자 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주총을 무난히 통과하기 위해선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는 계열사들의 유상증자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유동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5대1 액면가 감액방식의 무상감자 계획은 자본잠식의 위험은 줄이겠으나 주가에는 중립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며 "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와 적자 장기화는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