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5공장 이틀간 휴업… 투싼 등 제때 공급 어려워스토닉 만드는 기아 광명 2공장도 가동 중단"세계 車 업계 390만대 생산 줄 것"
  •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현대차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현대차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자동차 업계가 줄줄이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부품 조달과 판매 양쪽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5공장 2라인의 가동을 17일 중단했다. 휴업 기간은 다음날인 18일까지다. 회사 측은 “에어백 컨트롤 관련 반도체 재고 부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울산 5공장 2라인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투싼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생산하고 있다. 당장 생산을 못하게 된 만큼 투싼 등을 제때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도 문을 닫는다. 반도체를 적시에 조달하지 못하면서 조업 일수를 줄이는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4월 투싼과 아반떼는 각각 2만2065대, 2만7552대 팔렸다. 국민차로 자리를 잡은 그랜저(3만5545대)에 이어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인도 지연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주문 계약을 한 소비자에게 “외부 요인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며 “반도체 대체 공급업체를 발굴하는 등 빠른 시일 내에 인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현대차는 지난달 울산 1공장의 아이오닉 5와 코나 생산 라인과 그랜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을 각각 세운 바 있다.

    기아는 17∼18일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2공장을 휴업하기로 했다. 기아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휴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이 “반도체 부족 영향의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 같다”고 우려한 것이 현실이 됐다.

    기아는 세단 K8을 주문할 때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주차 보조를 제외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달이 어려운 일부 부품을 빼는 대신 차값에서 40만원을 깎아준다.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니밴 카니발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GM은 부평 1·2공장 가동을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용차는 수시로 평택 공장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납품 거부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겹쳤다. 픽업트럭인 뉴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는 밀린 주문만 3000대를 웃돌았다.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이 장기화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지면 연쇄적인 공급망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매출액이 1100억달러(약 124조원) 줄어들 것”이라며 “생산 실적은 390만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월 제시한 매출액 610억달러(약 68조원) 손실, 220만대 생산 감소라는 기존 전망치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봤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급증, 공급이 따라가질 못하는 상황”이라며 “업계는 오픈마켓에서 2~10배 비싼 가격에 구매하거나 급행료까지 내고 있지만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