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촌, 올해 들어 한달 멀다 하고 LF 지분 확보 중구본걸 회장 출자한 개인기업… 자본잠식에도 지분 매수 나서향후 경영승계 위해 오너일가 회사로 매각 거칠 가능성도
  • ▲ 구본걸 LF 회장.ⓒLF
    ▲ 구본걸 LF 회장.ⓒLF
    구본걸 LF 회장의 개인회사 해우촌이 올해 들어 잇따라 LF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의 중소기업이 연 초부터 10차례 LF의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향후 해우촌이 LF의 지배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우촌은 지난달 27~28일 LF의 주식을 2만7370주, 2만1260주를 각각 장내에서 매수해 총 4만8630주를 사들였다. 해당일 종가 기준으로 해우촌은 이번 주식 매수에 9억7000만원 가량이 투입했다. 이로서 해우촌의 LF 지분은 1.59%로 상승했다.

    지분 자체만 보면 LF의 6대 주주에 불과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속도다. 해우촌은 지난해부터 LF의 지분을 사들이는 중이다. 특히 올들어서는 한달이 멀다하고 LF의 주식을 적게는 수천주부터 수만주까지 한번에 사들이는 중이다. 

    사실 해우촌은 LF의 핵심사업인 패션 사업과 관련이 없는 해조류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18년 법정관리 중 구 회장이 개인 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태인수산이 인수했고 이어 지난 4월 태인수산이 자회사 해우촌을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을 현재의 해우촌으로 변경했다. 

    해우촌이 LF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원천은 구 회장의 대여금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우촌이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우촌의 자본총액은 -41억원의 자본잠식상태다. 부채규모도 103억원에 달하는 상황. 일반적 영업만으로 LF의 지분을 사들일 자금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해우촌이 LF 지배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통상 오너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집하는 경우는 승계를 위한 포석일 경우가 대다수다. 비상장사가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집해서 자산규모를 키우고 이를 자녀의 경영승계 지렛대로 활용하는 케이스다. 하지만 해우촌은 구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자산규모를 늘리는 것은 고스란히 증여금의 상승 요인이 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LF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오너가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구 회장을 비롯한 LF네트웍스 등 오너 및 오너일가 계열사에서도 LF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해우촌이 여전히 경영승계의 연결고리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구 회장 입장이 굳이 해우촌을 통해 LF 지분을 사들일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해우촌의 자본잠식 등으로 자산가치가 제한적인 만큼 LF네트웍스 등 오너일가 소유의 비상장사로 매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실제 해우촌은 LF그룹 관계사로 편입된 이후 서서히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홈쇼핑에 LF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LF푸드와 함께 자사의 김 브랜드를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해우촌의 대표이사는 LF푸드의 외식사업본부장을 지낸 김승회 전무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