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5068억 '어닝쇼크'… 14분기 연속 적자임시주총서 자본금 3.1조→6300억, 5대 1의 감자전자·생명·전기 등 유증 동참 주목
  • 삼성중공업이 올해 1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6년 연속, 분기 기준으로는 14분기째 각각 적자를 이어가면서 결국 삼성중공업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5746억원, 영업이익 적자 50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적자는 △강재가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공사손실 충당금 및 고정비 부담 △재고자산 드릴십 5척에 대한 평가손실 등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희망의 끈을 놓긴 이르다. 삼성중공업은 연초 수주 목표 과반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그 목표치를 더 높이는 등 조선업황 회복세와 함께 실적 개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6년째 누적된 당기순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빠지자 극약 처방을 내렸다. 
    삼성중공업은 22일 판교 R&D센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대 1의 무상감자를 및 회사 발행 주식 총수 개정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에 추진하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는 엄혹한 경쟁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고 사업 경쟁력을 지켜나가기 위해 절박한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임을 주주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 역시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무상감자는 자본잠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단행하는 것이고 유상증자는 쏟아지는 주문에 대비, 보다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사전 투자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쌓인 손실로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하기로 했다. 유동성 문제는 없지만 수년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시킨다는 전략이다. 무상감자, 유상증자를 통해 1분기말 기준 262%인 부채비율을 198%까지 낮출 계획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2018년 19.3%→2020년 7.3%로 올랐다. 순차입금은 3조2330억원에 달한다. 

    액면가액 감액 무상감자는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해 납입자본금을 낮춰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자본금을 3조1506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낮춰 재무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무상감자는 감자 후 발행주식수의 변동이 없고 주식 평가 금액이 동일해 주주입장에서 지분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은 감자를 통해 발생한 납입자본금 감액금액인 2조5000억원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해 향후 자본잠식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가로 추진한다. 1조원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삼성중공업으로서 이번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위한 필수절차로 보인다. 자금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과 스마트 야드 구축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된다.

    앞서 발표된 무상감자가 8월 초로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이후에 순차적으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든든한 계열사들을 주주로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재도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15.98%)를 최대주주로, 삼성생명(3.06%)과 삼성전기(2.16%), 삼성SDI(0.38%) 등을 주주로 두고 있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삼성중공업이 약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에도 삼성전자가 2040억원, 삼성생명이 391억원, 삼성전기가 276억원 등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해 흥행을 이끌었다. 

    이러한 자구책 방방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당초 7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상향했다.

    지금까지의 수주 현황도 좋다. 연초 조선부문에서 46억달러, 해양부문에서 32억달러를 목표로 했는데, 벌써 조선부문에서만 51억달러(42척) 규모의 선박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수주잔고는 16조2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에 와있다. 최근 유가도 60달러대로 올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수주 낭보가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23년부터는 2021년 수주 증가분 및 이번 발표한 대책들의 효과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삼성중공업이 현금성 자산으로 1조500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유상증자를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채비율은 내려야할 필요성이 큰 만큼 지분가치 희석 리스크를 안더라도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설명했다. 

    증권가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기적인 조정은 어쩔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분석이 많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주가 희석 요인이지만, 업황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