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분양 사무실 차려 놓고 동창들한테 사기 행각학창 시절에는 우등생...초등학교 학생회장도 지내"대구 한 대학 법대 중퇴...법 관련 지식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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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유력 인사들과의 '문어발' 인맥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43)가 고향 친구들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김씨가 친구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시기는 또 다른 사기죄로 교도소에 복역하다 출소한 직후로 유력 인사들과 인맥 쌓기에 혈안이 돼 있던 때였다.6일 김씨의 동창들과 이웃 등에 따르면 김씨는 법률사무소 사무장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다 특별사면된 지난 2017년 말 이후 고향에 유령 부동산 분양 업체를 차려 놓고 친구와 지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김씨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친구와 지인들에게 투자를 유도해 돈을 뜯은 것으로 전해졌다.김씨의 고향 친구 A씨는 "한참 동안 안보이던 김씨가 2018년도에 고향에 갑자기 나타나 부동산 분양 사무실을 열어 놓고 임원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며 "사무실도 그럴싸한데다 김씨의 입담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김씨한테 돈을 뜯긴 피해자 대부분이 없는 형편에 투자를 했다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적게는 2천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까지 투자했고 김씨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친구 중에는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경우까지 있다"고 강조했다.A씨는 본인이 알고 있는 피해자만 5~6명에 달하며 모르는 피해자들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이들이 김씨에게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기를 치고 종적을 감췄던 김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를 부탁하고 다녔다"며 "반드시 돈을 돌려 주겠다는 김씨의 말을 믿고 합의서를 써 준 이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김씨가 이처럼 동창과 지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시기는 정관계는 물론 검찰과 경찰, 언론계까지 포섭해 유력 인사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쌓던 때로 한편에서는 건실한 사업가 행세를 하고 다니며 고위층들과 어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서민들을 상대로 '잡범' 수준의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김씨의 주변에서는 김씨가 전문 사기범으로 전락한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B씨는 "김씨가 지금은 전문 사기범으로 전락했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며 "학창 시절 공부도 잘했고 초등학생 때는 학생회장도 지낼 정도로 우등생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의 한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으며 평소 법 관련 지식이 풍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또 3남매 중 막내였던 김씨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누나까지 지병으로 잃자 고향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했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연명하다 마땅한 돈벌이가 없자 '사기범'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란 게 주변의 이야기다.김씨의 고향마을 이장을 지낸 C씨는 "(김씨 일가는)그냥 평범한 가정이었고 김씨의 부친은 생전에 오징어 장사도 하고 수족관도 운영했었다"며 "직업 군인이던 친형도 고향을 떠난 지 오래고 지난해 2월부터 집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C씨는 또 "수개월 전부터 김씨에 대해 묻는 외지인들이 많아 무슨 일인가 했는데 얼마 전 뉴스를 보고 나서야 김씨가 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현재 김씨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친형 등 7명으로부터 '선동오징어(냉동오징어)' 사업을 미끼로 116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김씨는 이 과정에서 1천억 원대 재력가 행세를 하며 김 전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국정농단 사건 특검) 등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본인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사기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