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 이래 '공동경영'장씨家 영풍-최씨家 고려아연… 분리엔 2조 필요 황금분할 깨져… 3세경영 기점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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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째 보기드문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영풍그룹에 다시금 계열 분리설이 돌고 있다.대상은 핵심기업인 고려아연이다.1949년 장병희·최기호 회장 공동창업 이래 불문율 처럼 여겨졌던 양가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영풍과 전자계열은 장씨家가,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중심인 비철금속 계열은 최씨家가가 맡아왔지만 3세 경영에 들어서면서 흔들리는 모양새다.균열 징후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공정위의 압박에 7개의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서면서 황금 지분율이 깨졌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10% 포인트였던 두 집안의 격차는 지난해 말 기준 40% 포인트 넘게 차이가 커졌다.지배력이 강화된 장씨家 입장에서는 굳이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고 최씨家 역시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장씨家는 모기업인 영풍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3세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대표가 16.89%로 최대주주다. 장씨 일가가 100% 보유한 영풍개발이 15.53%를, 씨케이가 9.18%를, 동생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9.18% 등을 갖고 있다.반면 최씨家 지분은 13.27%에 머물러 있다. 3세 최윤범 부회장 2.18% 지분 외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이 0.27% 등이다.대신 고려아연 지분은 최씨家가 조금 많다. 최 부회장 1.82%, 최 명예회장 0.13% 등 1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도하면서 최씨家는 지배력을 높였다. 3세 장 대표는 3.83%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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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3세 경영체제 전환과 더불어 계열분리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2016년 장형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영풍은 현재 전문경영인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가 최근 전자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최씨家도 같은 시기에 2세 경영인 최창걸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동생인 최창근 회장 체제에서 최근 3세 최윤범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일단 그룹측은 시장에 떠도는 추측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계열분리 논의는 전혀 없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도 있다.반면 재계 관계자는 "두 가문의 분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될지 수순만 남았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회자돼 왔다"며 "발목을 잡고 있던 순환출자구조 또한 해소된 만큼 분리 가능성이 무르익었다"고 전망했다.사실 지배구조상 두 집안의 독립은 그리 복잡하진 않다. 그동안 영풍그룹에 대한 실제적인 지배력은 장씨家가 행사해왔고 고려아연의 경영을 최씨家가 해왔다.영풍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27.49%(518만6797주)를 최씨家에 넘기면 되는 구조다. 다만 최씨家는 2조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8일 종가기준 4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다른 관계자는 "재계 가장 모범적인 경영분리 모델인 LS, GS, LX 등으로 계열분리한 LG그룹을 답습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며 "지분 맞교환(스와프)하는 형태로 지분을 정리하고 공정위 승인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