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추락했다. OPEC+가 점진적으로 증산에 최종 합의한 가운데 코로나19 공포가 다시 엄습하면서다.
1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배럴당 5.39달러 하락(-7.50%)한 66.42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50달러 내린 71.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반락한 WTI는 5월28일 66.32달러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낙폭은 지난해 9월 초 이후 거의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대비 4.97달러 떨어진 68.62달러에 거래됐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악재가 부상했다.
이날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만연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장 중 2% 안팎 하락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초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금리는 장 중 1.174%까지 하락했다.
위험자산 중 하나인 원유 역시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최근 미국 경제의 2분기 고점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성장이 둔화하면 원유 수요는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 합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백신 효과로 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OPEC+는 전날 장관급 회의를 재개하고 8월부터 매일 40만배럴씩 하루 감산량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재 580만배럴 규모의 감산량을 내년 9월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공급 확대 소식은 변이 출몰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와 만나면서 유가를 더 끌어내렸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이날까지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6000명으로, 한 달 전보다 두 배로 급증했다.
이탈리아는 6일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늘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사흘째 1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국무부는 영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4단계(여행 금지)로 상향 조정했다.
변이 출몰에 경제 재개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고 원유 수요도 당장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 전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
레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시니어 에너지 트레이더는 "지금까지 목격한 수요 확대가 일부 반납되거나 정체되면 원유 시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부족에 과잉공급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