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이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재도전한다.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한지 3년여만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생명과학정보 기업 천랩을 약 983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은 2009년 천종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사람의 몸에 있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가리킨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신약을 개발하고 향후 진단 및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분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대기업 가운데도 일찌감치 제약·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84년 유풍제약,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자리잡은 CJ헬스케어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탄생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캡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CJ헬스케어는 한국콜마에 매각됐다. 한국콜마은 CJ헬스케어의 지분 100%를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약개발 능력이 검증됨은 물론 숙취해소음료 '컨디션', 건강음료 '헛개수' 등을 보유했기 때문에 CJ헬스케어의 매각 금액은 업계 최고수준으로 결정됐다.
CJ헬스케어는 콜마에 인수된 후 사명을 에이치케이이노엔(HK이노엔)으로 바꾸고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 후 시가통액은 최대 1조7000억원대로 전망된다.
HK이노엔의 경쟁력은 역시 신약 케이캡에 있다. 케이캡은 출시와 함께 곧바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해 출시 22개월만에 누적 처방 실적 1000억원을 넘어섰다.
HK이노엔은 케이캡으로 2028년까지 글로벌 100개국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이를 위한 파트너십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CJ그룹이 이번에 인수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CJ헬스케어와는 다른 행보가 예상된다.
CJ헬스케어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파이프라인 확보 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에 한정해 R&D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고 올해 상반기에 천랩,아주대의료원,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MOU를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