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부활의 새로운 먹거리저렴하고 안전, 이산화탄소 배출 없어2030년 상용화… 2035년 시장규모 390조~620조
  • ▲ 두산중공업은 지난 20일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에 7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협약을 맺었다.
    ▲ 두산중공업은 지난 20일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에 7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른바 스마트원전으로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이 에너지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강화되고 입지와 출력에서 유연성도 갖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핫이슈로 탄소중립이 떠오르면서 SMR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이유다. SMR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없애면서 전력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형 원전의 150분의1 크기로 원하는 곳에 설치하기 쉽고 방사선 누출 위험을 줄여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전경련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0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된다. 영국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핵 보유국은 물론 일본·캐나다·호주 등 수십여 개 국가가 R&D와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은 3.5세대를 넘어 4세대 원전 개발까지 주도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위한 추진기반을 마련했다. 예산은 4000억원 내외 규모로 올 8월 i-SMR 완제품 개발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연구개발에 본격 나선 뒤 2030년 이후 건설 및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총괄 주관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한수원은 SMR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국내 원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앞서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혁신형 SMR 개념 및 기본설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아울러 해외 원전에서 연이어 수주를 따내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기자재 입찰사업 낙찰자로 선정됐다. ITER은 유럽연합(EU)·미국·러시아·한국 등 7개국이 공동투자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방에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설비로, 2025년 플라즈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에 뛰어든 상태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국전력기술·한전연료·두산중공업 등이 모인 '팀 코리아'는 체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MR 사업 입찰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소생산, 지역난방, 노후 화력발전 대체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송중립 가속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이면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한수원의 판단이다.

    민간기업의 SMR 개발도 활발하다. 

    두산중공업은 시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해 미국 SMR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수출가능한 SMR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 뉴스케일파워에 추가 지분 투자에 나섰다. 2019년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6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파워로부터 수주한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을 올해 1월 완료한 데 이어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두산중공업도 수주 릴레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미국 발전사업자 UAMPS 사업 원자로 모듈용 대형 주단소재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GS그룹도 뉴스케일파워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계열사 GS에너지는 뉴스케일파워에 현금 투자와 함께 공장 설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SMR 기술을 개발하려 한국전력기술과 손을 잡았다. 삼성물산도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지분투자로 탈석탄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기술과 해양부유식 원전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는 22일 현지시간 미국 뉴스케일파워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에 지분투자를 하고 SMR 사업에 협력할 방침이다.

    SMR은 향후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대신 수출로 방향을 전환한 국내 원전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이 SMR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전경련은 한국이 향후 SMR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전 산업생태계 복원, 인허가 체계 완비 및 정책지원 강화, 구체적인 상용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혁신형 SMR 개발에 향후 8년간 4000억원 투자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영국조차 SMR과 원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탄소중립에 주어진 시간과 일조량, 풍량, 수자원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SMR과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