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형 IPO 줄줄이 증시 입성 예고 우량주 선점 위해 장외시장 투자자 몰려 정책적 조정 과열 진정, 수급 부담도 완화
  • 하반기 조(兆) 단위 공모기업들의 줄상장이 예고된 가운데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흥행 열기가 장외주식 시장으로 번지면서 상장 전 미리 투자해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상장 예정인 대어급 기업은 카카오뱅크, HK이노엔, 크래프톤, 롯데렌탈, 일진하이솔루스,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LG에너지솔루션 등이다. 

    내달 6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현재 장외주식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카카오뱅크는 주당 5만6500원이다. 이달 7일 8만2500원에서 공모주 일반청약 기간 30%대 추락한 5만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확정 공모가(3만9000원)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의 장외주가는 29일 기준 54만원으로 형성됐다. 지난 5일 55만원에서 1.8% 하락한 수준이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40만~49만8000원)의 최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크래프톤은 오는 2~3일 일반청약을 거쳐 10일 상장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 거래일 대비 1.63% 오른 12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10% 넘게 뛰었으며 52주 최고가(140만원)와 격차도 크지 않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배경은 IPO 시장 활황 영향이다. 작년부터 증시 랠리에 힘입어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과 한층 치열해진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영향을 미쳤다. 우량주를 미리 선점하기 위한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장외(비상장)시장 표준 지수인 38지수 상승률은 40%를 웃돈다. 

    시장에서는 신주 상장을 통해 증가하는 시가총액은 100조원대를 상회하고, 올해 자금조달 규모는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전체 시가총액 대비로는 2001년 최대 규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활황기에 대체로 신규 상장 규모가 크다. 증시 주변 자금이 풍부하고 주식에 대한 가치 평가가 우호적이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한 점도 있다. 대기업 집단 내 비상장 기업과 유니콘 기업이 신규 상장 종목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주로 성장 산업에 속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주식시장 악재로 거론됐던 수급 부담은 완화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신규 상장, 유상증자 등 주식 공급이 크게 늘어난 시점에 증시 고점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 1989년과 1996년, IT 버블 붕괴 시기다.

    최 연구원은 “수요 공급 측면에서 과도한 공급은 가격에 부담이지만 주가는 수급에 앞서 경기 방향성이 지배적으로 작용했다”며 “직접 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이 활발한 성장 산업의 비중이 높아진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적 조정이 이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대형 IPO 기업들이 공모 규모를 줄이면서 시장 부담도 감소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단위 공모로 예상됐던 에스디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4건 중 3건의 일정이 연기됐고 공모 규모도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4개 기업이 처음 제시했던 공모액은 공모밴드 상단을 적용하면 11조1000억원, 공모밴드 하단을 적용하면 8조9000억원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이 부담하게 될 금액은 8조7000억원 내외로 파악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에도 대형 IPO가 여럿 남아있다. 금감원의 이번 개입이 공모가 산정에 있어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만큼 수급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