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운용, 테마형 ETF로 시장 영향력 커져…지수형 수수료도 파격 인하삼성운용, 국내 최초 테마형 상품 내놓으며 1위 수성 노력…메타버스도 연내 출시5~7위 중위권 경쟁도 치열…NH아문디 1년새 순자산 33%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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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 종목 직접 투자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 간 시장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색 있는 신상품 라인업과 파격적인 보수 인하에 이르기까지 선두 경쟁은 물론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의 각축전도 치열한 모습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 규모는 59조814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기준 ETF 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46조6152억원으로 1년 새 22.1%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 변화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이 부동의 1위임엔 변함없지만 시장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이날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46.6%다. 지난해 동기 53.8%에서 6개월 만에 51.9%로 내려오는 등 1년 새 시장 점유율은 7%포인트 줄었다. 

    그 사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23.6%였던 시장 점유율을 1년 새 29.6%까지 끌어올렸다. 'TIGER 차이나전기차 솔랙티브(SOLACTIVE)'에 올해만 7623억원이 유입되면서 해외 투자 ETF 중 처음으로 순자산 1조원을 넘기는 등 테마형 ETF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지수형 ETF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레버리지·인버스 ETF 4종에 수수료 0.022%를 적용키로 한 것.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상장된 레버리지·인버스 ETF 중 최저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수수료를 0.09%로 한 차례 인하한 바 있다. 네 종목이 점유하는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보수 인하를 통해 지수형 ETF 시장에서도 회사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수형 ETF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200 ETF' 총 보수를 2010년 연 0.46%에서 2016년 연 0.05%까지 4번에 걸쳐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150 관련 ETF 3종 총 보수를 인하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행보에 대해 지수형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관련 상품의 보수를 전반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였고 이번에 좀더 파격적으로 내린 것"이라면서 "장기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는 중요한 부분으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해당 상품 매매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내건 상품으로 1위 수성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30일 신규 ETF 3종을 신규 상장했다.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KODEX Fn웹툰&드라마를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산업 관련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KODEX Fn시스템반도체, 국내 시가총액 톱10 종목에 동일 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Fn Top10동일가중 등이다. 

    대형주가 주춤한 사이 시장 트렌드가 지수형에서 테마형 ETF 시장으로 옮겨간 만큼 당분간은 테마형 ETF 시장 확장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에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ETF 연내 출시도 앞뒀다.

    회사 관계자는 "테마형 ETF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최근 3종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 니즈가 반영된 테마를 발굴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5~7위 중위권 경쟁도 치열…차별화된 테마형 ETF로 시장 공략

    선두권 경쟁만큼이나 중형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후발주자들이 차별화된 ETF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중위권 운용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 업계 5~7위 점유율 순위는 1년 사이 엎치락뒤치락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한화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30일 기준 시장점유율은 NH아문디자산운용 3.0%, 한화자산운용 2.9%, 키움자산운용 2.9%이다. 

    순자산 규모로 볼 때 NH아문디자산운용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조3463억원에서 올해 1조7951억원으로 1년 새 순자산은 33% 증가했다. 반면 한화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1조7709억원에서 1조7235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이들이 집중하는 시장은 테마형·주식형 액티브 ETF다. 지수형 ETF 시장은 선두 기업들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만큼 운용사별 고유 테마를 내건 차별화된 상품 출시로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 30일 이른바 'K-시리즈' ETF를 출시했다. 한국의 영문 명칭인 코리아(Korea)의 앞글자를 따 'HANARO Fn K-반도체', 'HANARO Fn K-게임', 'HANARO Fn K-POP&미디어'로 이름 지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업종에 투자하는 ETF로, 설정 후 100%가 넘는 성과를 보인 필승코리아펀드의 명맥을 이어가겠단 포부다. 

    특히 시장 진입이 늦었던 만큼 앞으로도 차별화된 ETF를 내놓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ETF시장에 뛰어든 지 3년째로 후발주자로서 최근 트렌드에 맞게 적극적으로 테마를 발굴해 출시 중"이라면서 "최근 성과를 기반으로 의미 있는 테마를 계속 발굴해 K-시리즈 상품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30일 첫 액티브 ETF 상품 2종을 상장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뛰어들었다. 'ARIRANG ESG 성장주 액티브'와 'ARIRANG ESG 가치주 액티브' 등 신규 액티브 ETF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앞세웠다. 

    타사들이 미래차와 신재생에너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와 미래 운송수단 테마의 액티브 ETF를 내놓은 것과 달리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가치주와 성장주라는 테마로 묶어 차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ESG경영 노력이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ESG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더 나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이번 상품에 ETF에 담았다"며 "내부 ESG 전담팀과 협업해 한화자산운용의 자체 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산출된 ESG점수를 포트폴리오 구축에 실제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ETF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산운용업계의 각축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TF 시장은 지난해 6월 6조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48.6% 확장됐다. 더 많은 운용사가 ETF 시장에 진입하고 투자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상반기 자금 유입세, 상품 출시도 가속화됐다"면서 특히 "액티브 ETF시장은 운용전략의 다변화와 발행시장 참가자 확대, 투자자 수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ETF 시장이 뜨거운 만큼 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상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살아남는 테마를 어떻게 발굴하고, 수익률 시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