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산임해산업지역 사업 제안 마감국내 최대 공공 주도 사업 본격화… 수처리업계 "환영"'RO 필터 강자' LG화학, 글로벌 기업 경쟁가능 '국가대표'
  • ▲ 참고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3 해수담수화 플랜트. ⓒ두산중공업
    ▲ 참고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3 해수담수화 플랜트. ⓒ두산중공업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공사'의 제안서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장기간 표류했던 사업이 3년 만에 본격 추진되면서 시장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추진하는 턴키 방식의 추정금액 기준 2512억원 규모의 대산임해 해수담수화 사업에 두산중공업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3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구체적인 공사 수행 방안 등이 포함된 사업제안서 마감은 13일이다.

    수자원공사는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화학 공업단지인 대산산업단지에 산업용 용수 공급을 위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산산단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KCC 등 6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앞서 대산산단 입주 기업과 충남도는 2017년부터 가뭄 등 자연적 여건으로 공업용수 공급 차질이 반복될 것을 우려해 가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구적 수자원으로써 공업용수를 받을 수 있게 할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를 정부에 요청해왔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첫 공공 주도 해수담수화 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에 국내 수처리 필터 업계가 기대하는 바는 무척 크다.

    그동안 메인 시장인 중동 지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일본 도레이, 미국 듀폰 등 외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면 국내에 처음으로 찾아온 이번 기회는 소재 국산화 움직임에 따라 국산 필터가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저변 확장을 위해 기술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수처리 필터 업계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최근 해수담수화 시장은 물을 증발시켜 담수로 만드는 전통적인 열 기반 기술에서 역삼투압(RO, Reverse Osmosis) 현상을 이용한 분리막 기술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방법은 크게 증발방식과 RO 방식으로 나뉜다.

    증발방식은 바닷물을 가열해 기체화하고 이를 응축해 담수를 만드는 것이다. 다단증발방식(MSF, Multi-Stage Flash), 다단효용방식(MED, Multi-Effect Distillation)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이 부족한 중동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써왔던 방식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대기 오염물질도 대량 배출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RO 방식은 미세한 기공을 가진 분리막에 압력을 가해 물 분자를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통과시켜 정화하는 방식이다. 정수기와 유사한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증발식에 비해 담수 생산비용이 낮고 환경오염도 훨씬 적다.

    현재 시장에서 증발법과 RO 방식이 각각 50%와 45%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환경을 강조하는 흐름이 지속하는 만큼 저탄소 수자원 확보 기술로서 RO 방식이 차지하는 방식이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제조 공정에서 고도로 정제된 초순수가 필요한 반도체, 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도 RO 방식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처리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RO 방식 시장은 2020년 1조1626억원에서 2024년 1조5107억원으로 약 30% 커질 전망이다.
  • ▲ LG화학 청주공장 RO 필터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수처리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 LG화학 청주공장 RO 필터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수처리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국내 수처리 필터가 최종 선정될 경우 LG화학, 롯데케미칼, 시노펙트, 웰크론, 에치투엘 등 수처리 필터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이들과 협력관계인 수백개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부터 내부에 들어가는 필터 분야까지 자국 기술로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산 필터가 설치되면 국내에 최초로 설립한 해수담수화 국산화 플랜트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처리 필터 기업들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 플랜트에 필터를 공급하는 것을 교두보로 삼아 해외 수처리 사업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탄소 중립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물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업계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홍승관 고려대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최근 반도체 소재 수입 위기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기술이 국가의 경제적 안위와 직결되는 시대에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최근 소재 국산화 움직임에 따라 공공 주도 해수담수화 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에서 국내 수처리 업계의 약진이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수담수화용 RO 필터 시장은 듀폰, 도레이, 니토덴코(日), LG화학 등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해 중동 등 해외 시장에 진출, 일본과 미국 기업의 과점 시장에 도전해 현재 글로벌 Top 3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GWI와 일본 조사업체 후지게이자이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해수담수화 RO 필터 시장의 약 20%를 차지했다.

    이는 듀폰, 도레이에 이어 니토덴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LG화학이 해수담수화용 RO 필터 분야에서 핵심 기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LG화학은 해수담수화용 RO 필터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염분 제거율 99.89%를 비롯해 우수한 에너지 저감 기술 등 주요 성능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중국 등 4개국에서 5개 프로젝트에 RO 필터 단독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동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 지어진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내구연한(약 20년)이 다하자 최근 RO 방식으로 대대적인 전환 작업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의 RO 필터 매출은 2019년 100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올해 예상 매출은 15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