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KTX보다 선로사용료 3700억 더 내… 30년간 10.2조 부담 전망선로사용료 50% '세계 최고 수준'… 철도 건설·유지보수 재투자 기반고속철 건설부채 상환에 중추 역할… 혈세 낭비·재정 악화 악순환 끊어
-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노조가 케케묵은 통합론을 다시 꺼내든 가운데 SR 출범에 따른 철도산업 생태계 변화와 이용자 편익 증대 등 철도 독과점 시장구조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SRT 운행에 따른 주요 파급효과를 짚어본다.<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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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출범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중 하나는 침체한 철도 생태계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효과는 이용자인 국민뿐아니라 국가에도 미친다. 코레일 못지않게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던 국가철도공단의 변화가 대표적이다.철도공단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0조3312억원쯤이다. 이자비용만 545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SRT 운행 이전에는 주 수입원인 선로사용료로 금융 이자비용조차 갚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선로사용료는 공단이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발행한 채권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했다. 공단에 따르면 2015년 걷힌 선로사용료는 4875억원으로 같은 해 이자비용 7249억원의 67.3%에 그쳤다. 이자비용을 내려고 2300억원 이상을 자체 조달해야 했던 셈이다. 이는 국민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걷힌 선로사용료는 5705억원인 데 비해 지출할 이자비용은 6842억원으로 1137억원이나 펑크가 났다.선로사용료로 철도부채 이자조차 갚지 못하던 악순환의 고리는 SR 출범 이듬해인 2017년부터 끊겼다. 2017년 선로사용료는 KTX 5280억원, SRT 2810억원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제외하면 7356억원이 걷혔다. 같은 해 철도공단의 금융이자 비용은 6695억원으로 661억원이 남았다. 철도공단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정상적인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빚 갚기가 시작된 해다.2018년과 2019년 선로사용료는 각각 7597억원과 7760억원으로 이자비용을 내고도 1257억원과 1737억원이 남았다. 지난해는 선로사용료 4820억원, 이자비용 5457억원으로 4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코레일과 SR의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선로사용료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각 운영사가 일정비율을 낸다. 코레일은 매출액의 34%, SR은 50%를 내고 있다. SR의 선로사용료 부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운송수익 대비 시설사용료 비중은 SR이 50%, 프랑스 30.6%, 이탈리아 30%, 독일 2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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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논의가 결렬됐지만, 국토부는 2018년 선로사용료 징수체계를 종량제로 바꾸려고 했었다. 당시 철도시설공단은 연간 9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며 사용료를 올려야 한다는 태도였다. 반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던 코레일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거꾸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철도공단이 처음으로 선로사용료를 받아 이자비용을 감당했던 2017년의 경우 SRT 시설사용료를 KTX 수준으로 내려받았다면 걷힌 선로사용료는 6400억원쯤으로 그해 이자비용(6695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혈세로 메꿔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을 터였다.SRT가 2017년 이후 낸 선로사용료는 총 1조1421억원이다. KTX를 운행했을 때보다 4년간 3655억원을 더 냈다는 계산이다. 이를 SRT 면허기간인 30년으로 계산하면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KTX보다 3조3000억원을 사용료로 더 내는 셈이다.시설사용료가 중요한 것은 철도공단이 이를 밑천 삼아 철도 건설과 유지·보수 등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사용료가 적정 수준으로 회수되지 않으면 철도산업 위축은 물론 추가적인 혈세 지출로 이어져 국가재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철도 운행 관련 한 전문가는 "코레일과 SR 통합론의 시시비비를 떠나 양 사의 고속철도 운송수익과 시설사용료 납부 수준만을 고려할 때 SR이 고속철도 건설부채 상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