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불가'에도 청약자 다수분양가 상한제 완화 조짐에 막차 수요 급증일각선 '현금부자 잔치' 비판 확산… 실수요자 한숨만
  • ▲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조감도. ⓒDL이앤씨
    ▲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조감도. ⓒDL이앤씨
    중도금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열기가 뜨겁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분양가 통제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청약접수를 마감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389가구(특별공급 제외)를 분양하는 1순위 청약에 13만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자가 13만명을 넘은 것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이 단지 평균 청약경쟁률은 337.9대 1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은 1504.3대 1로 32가구를 모집하는 101㎡(이하 전용면적)A타입에 기타지역 1만2228명이 접수했다.

    이 단지 101㎡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만큼 중도금 대출 제한을 받게 되지만 8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15일 청약접수를 마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역시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51가구 모집에 3만4500여명이 몰리며 평균 청약경쟁률 228.7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최고 경쟁률은 839대 1로 11가구를 모집하는 60㎡B타입에 기타경기 862명이 접수했다.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전 분양물량에 대해 중도금과 관련한 대출알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도금 대출 부담에 따라 청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세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열기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청약 열기를 두고 정부가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 따라 신규 분양물량의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른바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실수요자들의 청약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653만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이 단지 맞은편에 위치한 '자연앤힐스테이트' 84㎡의 경우 지난달 3일 15억6000만원에 거래된 상태다. 이에 따라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청약 당첨자들은 4억~7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일부 개정해 시행 중인데 이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완화 의지를 밝히면서 분양가가 오르기 전 청약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등 수도권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도 청약 열기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4%로 전주(0.36%) 대비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현금부자'에게만 로또 청약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청약 제도가 중도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는 다주택자나 투기꾼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많은 집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무주택 서민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보다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곧 잔금대출을 받고 아파트에 입주해야 할 무주택 서민 가구까지 규제하고 있다"며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