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사비 증액 요구 타당…조합 대신 시공사 손 들어이례적 판결에 촉각 곤두세운 정비업계 "계약해지 신중"
  • ▲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적용될 문주 이미지컷. ⓒ 삼성물산
    ▲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적용될 문주 이미지컷. ⓒ 삼성물산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권을 뺏긴 뒤 소송전을 펼치던 대우건설이 2심에서 승소하면서 업계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준 판례가 나온 까닭에 최근 유행처럼 번지던 시공사 교체바람이 멎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민사20부는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공사비 증액 등을 놓고 조합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시공사 선정 이후 도급 계약서에 공사비로 협의한 금액은 3.3㎡당 499만원이었는데 설계 변경으로 공사 면적이 늘어나며 문제가 촉발됐다. 

    대우건설은 증가한 면적만큼 기존 공사비를 반영해 500억원을 증액해야한다고 요구했고, 조합은 200억원 증액으로 맞섰다. 조합이 2019년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자 대우건설은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패소했으나 최근 법원이 공사비 증액 정당성을 인정하고 2심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시공사 지위를 되찾았다.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이 잠정 중단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합이 대법원 상고에 나선다해도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확정판결 전까지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반포15차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새 시공계약을 체결한 뒤 터파기 등 초기 공사 진행이 한창이었다. 이주절차를 마친 상태라 사업이 지연될 수록 사업비에 대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조합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조합들이 신반포15차 사례를 기점으로 일부 조합들이 시공사 교체를 신중히 결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공사비 증액 등을 이유로 다수의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를 교체한 사례가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방배6구역, 대전 유성 장대B구역, 과천주공1단지와 이촌현대아파트 등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 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시공사 교체를 단행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원 판례상 시공사와 조합이 맞붙으면 조합이 승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기존 시공사를 해지하는게 사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옛 시공사 승소하는 사례가 나왔고 최악의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는 물론 손해배상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알게된 만큼 (시공사 교체를) 조심스럽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공사 교체에 따른 소송을 진행 중인 일부 조합들도 신반포15차 2심 판결 이후 내부적으로 법적자문을 구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건설사들은 대우건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한다.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소송을 진행중인 시공사들이 많아 선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질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새 시공사가 착공을 시작한 만큼 공사를 원점으로 돌리긴 힘들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손해배상금 규모가 관건”이라며 “새 시공사도 난처한 입장인 만큼 사업을 매듭짓기 위해 건설사간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