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란 핵 합의 재개 기대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또다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0.89달러 상승(1.06%)한 84.65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43달러 내린 83.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WTI는 20일 83.87달러로, 2014년 10월13일 85.74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날 추가 상승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대비 0.41달러 오른 86.40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원유 시장에서 강세 압력이 강한 것은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달 4일 회의를 열고 생산량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종전에 계획된 수준의 생산량 증가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전날 "OPEC+가 올해 초 합의한 일정에 따라 11월 하루 40만배럴의 추가 증산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산유국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란과의 핵 합의 진전 가능성도 원유 시장에서 주목하는 변수 중 하나다.
로버트 말리 미국 이란특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이란 핵 합의를 되살릴 수 있을지 보려는 노력이 결정적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 합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2015년 체결한 합의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신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언급됐음에도 협상이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이날 이란의 주유소 전산망이 사이버 공격으로 마비돼 원유 시장에서 당장 에너지 공급에 관한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원유 시장에서는 일단 27일 발표되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재고량에 따라 단기적으로 유가는 출렁일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19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원유 시장 분석가는 "에너지 부족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OPEC+가 증산할 가능성도 작아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11월과 12월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