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 파견 편법승계 조사에스피네이처 일감 몰아주기 겨냥"사업부문 수직계열화… 부당지원 아니다"
  • ▲ 삼표시멘트 서울 성수동 공장ⓒ자료사진
    ▲ 삼표시멘트 서울 성수동 공장ⓒ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표그룹의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편법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삼표 그룹에 직원 20여명을 파견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장남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에게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도록 계열사를 동원한 부당지원을 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표는 정 회장이 65.99%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다. 정 사장은 11.34%를 보유했다. 주목할 지점은 19.43% 지분을 보유한 에스피네이처다.

    이 회사는 정 사장이 지분 71.95%를 가졌고 특수관계자 28.05%를 포함한 사실상 개인법인이다. 2017년 건설소재를 생산하는 삼표기초소재 합병을 시작으로 철스크랩 업체 네비앤 등 삼표그룹 계열사를 흡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 ▲ 삼표그룹 계열사
    ▲ 삼표그룹 계열사
    이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쳐는 급격히 규모가 커졌고 지난해 말 총자산 6174억원을 기록했다. 몸집을 불린 이후에도 에스피네이쳐는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키워나가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매출 5228억원 중 절반을 넘은 2929억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2018년 기준 940억원에 머물던 내부거래가 3배가량 뛰어 올랐다.

    내부거래 위주로 벌어들인 수익은 꾸준히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지난해 지급된 배당금은 116억원으로 2019년 66억원에서 76% 늘었다. 배당금은 대주주인 정 사장이 가장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 사장이 장악한 ㈜삼표 지분은 에스피네이처 보유분까지 합쳐 30.77%다. 에스피네이처 주식을 ㈜삼표에 현물로 출자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지주사의 최대 주주에 올라서는 것도 가능하다. 정 회장이 아들 소유의 소지주사격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를 키운뒤 지주사 지분을 넘기는 승계구조를 짰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방식은 앞서 공정위 철퇴를 맞은 하림과 비슷한 승계방식이다. 하림은 김흥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씨의 개인회사인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받았다.

    삼표 관계자는 "그룹 사업 부문이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관계로, 내부거래 관련 일반적인 조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편법승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