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노후 NCC 설비 폐쇄 가속화30% 싼 중동 제품과 경쟁 불가능 해정부 구조조정 난항… 투자금 날릴 판
  • ▲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단지ⓒ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단지ⓒ롯데케미칼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전세계적으로 가동중단, 설비 폐쇄·전환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정부가 적극 나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KB증권에 따르면 유럽, 일본, 동남아 등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노후 NCC 설비를 폐쇄하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중국과 중동에 가격경쟁력을 밀리면서다. 지난해에만 연간 생산능력 638만톤에 달하는 NCC 설비가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대표적으로 ▲유럽 5기(272만3000톤) ▲일본 2기(93만8000톤) ▲싱가폴 1기(115만톤) ▲호주 1기(26만5000톤)이 여기에 해당된다. 

    동남아에선 ▲지난해 10월 베트남 롱손(Long Son)이 95만톤 ▲지난해 12월엔 롯데 타이탄 1공장(28만5000톤) ▲같은 달 필리핀 JG 서밋 48만톤이 경제성을 이유로 가동을 임시 중단했다. 

    심지어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과잉을 주도한 중국 마저도 5기(130만5000톤)를 폐쇄하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NCC 설비를 갖춘 기업은 대표적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이 있다. 
  • ▲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LG화학
    ▲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LG화학
    LG화학의 NCC 캐파는 연간 330만톤 수준인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설비를 70~80% 가동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NCC 설비 일부를 중동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화학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동측에서 NCC 설비 일부를 구매해주는 조건으로 LG화학의 다른 '알짜' 사업까지 협력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협상에 난항이 일고 있다. 

    한화토탈의 NCC 캐파는 에틸렌 기준 150만톤 정도로, 현재 100% 정상 가동 중이다. 전환이나 폐쇄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NCC 캐파는 국내 기준 230만톤 정도다. 현재 가동률은 80% 정도다. 롯데케미칼은 당장은 NCC 라인 폐쇄 및 중단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기초화학 부문 매출 비중을 2023년 기준 60%에서 2030년까지 30%이하로 줄이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NCC 설비가 수년에 걸쳐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NCC 설비는 원유에서 납사를 뽑아내 에틸렌 등과 같은 기초 소재를 생산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합성고무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된다. 

    문제는 지난 수년간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자족'을 선언하면서 NCC 설비를 급격하게 늘리는 바람에 글로벌 에틸렌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중국이 경기침체로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에틸렌 물량을 밀어내기식으로 전세계에 수출하면서 시장이 교란됐다. 

    여기에 중동까지 저렴한 원유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산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중동은 정유와 석유화학 통합 설비인 'COTC(Crude Oil to Chemical)'을 구축하고 있는데, 유럽보다 30%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해 정책금융 3조원 지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나섰으나 국내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NCC 설비를 통폐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가 2023년 4400만톤에서 2028년 61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값싼 러시아산 원유 및 유틸리티·인건비를 통해, 미국과 중동은 원재료(에탄·원유) 자체 조달을 통해 경쟁력과 가동률 유지가 가능하다"며 "중동은 COTC 증설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 사이클은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생산시점 기준 에틸렌 증설은 지난해 200만톤에서 올해 1070만톤 수준"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