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이어 항공유 'SAF' 도입…세계 1위 수출국 韓 흔들"정유사, 폐식용유 확보 '치킨집' 인수해야?" 우스갯소리까지美, 日 투자 이어 생산 세액공제…"최소 경쟁국 수준 지원 절실"원료다양성, 기술, 물량 확보 없으면 항공업계 '그린워싱' 그칠 수도
  •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인용 제트기에 항공유를 주유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인용 제트기에 항공유를 주유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수송용 연료시장에 '친환경 바이오' 바람이 거세다.

    편협한 생각으로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새로운 에너지시장이 열리는 블루오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석유시장보다 더 요동치는 곡물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이 헤게머니를 거머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정유사들이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와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한 석유제품에 일정비율 만큼 또 다른 수입원료(바이오디젤, 바이오항공유 등)를 섞어 팔아야 하는 사실상 '팀 킬' 구조다.

    정유업계가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명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섣불리 수조원대의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바이오원료 비율이 늘면 늘수록 석유제품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남 좋은 장사만 하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항공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만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을 담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풀어줘야 할 숙제 역시 산적해 있다.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 항공유)시장을 바라보기에 앞서 2006년 도입된 바이오디젤시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경유(디젤)차량 소유주는 이미 바이오연료를 사용 중이다. 폐식용유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에너지가 이미 섞여 있다.

    바이오디젤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경유를 공급하기 전 첨가된다. 소비자 선택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구조다.

    초창기 계획했던 'BD20(바이오디젤 20% 첨가)'을 BD30~50까지 늘리는 계획은 폐식용유 등 원료공급량 한계로 무산됐다. 2006년 BD0.5(0.5%)를 시작으로 약 15년 동안 4% 수준까지 양을 늘려왔고, 2030년에서야 8%까지 늘려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수정됐다.

    그만큼 시장 확장에 한계가 분명하다. 바이오디젤 원료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되는 모든 폐식용유 및 폐음수, 폐유지 등을 전량 수집해도 공급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폐기물'의 경우 국가간 이동도 어렵다. 최소한 1~2차 공정을 거쳐 들여와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환경적 이익과 비교하면 시장 확대 및 성장성이 더디고, 비용 부담은 너무 크다.

    2023년 기준 국내 주유소의 경유 공급량은 1억6049만배럴이며 이 중 4%인 641만배럴가량이 바이오디젤로 사용됐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바이오디젤 첨가량만큼 매출과 수익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항공유시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는 SAF시장 역시 바이오디젤시장과 똑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육상용과 달리 항공유의 경우 팜유(palm oil)를 SAF 원료에서 제외했다. 먹거리와 연결되는 부분과 재배를 위한 대규모 산림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팜유를 통해 탄소중립을 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 못 박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육상용 바이오디젤보다 원료 확보 차원에서 사업환경은 더 나쁘다.

    2019년 기준 글로벌 항공분야 CO₂ 배출량은 승객 1명이 1㎞ 이동시 비행기 285g, 버스 68g, 기차 14g으로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다. 또 성층권에서 직접적인 CO₂ 배출함으로써 온실가스 효과 증폭된다.

    항공 승객 역시 2019년 8조 RPKS(Revenue Passenger Kilometer. 수익승객 킬로미터)에서 2050년 20조RPKS로 급격한 성장이 예측된다.

    전세계가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 ▲ 1조원이 넘는 정유사 중질유분해시설(수첨탈황시설)의 모습. 국내에는 SAF를 생산할 전용시설이 없다 보니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초고가의 이 설비에 SAF 원료인 폐식용유를 함께 투입,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소량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
    ▲ 1조원이 넘는 정유사 중질유분해시설(수첨탈황시설)의 모습. 국내에는 SAF를 생산할 전용시설이 없다 보니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초고가의 이 설비에 SAF 원료인 폐식용유를 함께 투입,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소량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새로운 시장 탄생에 미국과 일본은 SAF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우선 미국은 2030년 30억갤런, 2050년에는 350억갤런 생산체계를 갖추고 각각 10%, 100% 항공유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생산‧운송‧혼합‧저장 관련 프로젝트에 설비투자 보조금을 지원하고, 생산되는 제품에 ℓ당 440~615원의 세액공제안도 제시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데미츠코산(出光興産)의 연산 10만㎘ SAF 제조설비 투자비용 4000억원 중 2500억원을 보조하고, 향후 10년간 생산되는 제품에 ℓ당 270원을 지원한다. 발 빠른 움직임이 부럽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지원은커녕 법, 제도 변경도 더디다.

    현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전용설비 구축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정제원료 이용 기술(Co-processing)' 방식을 통해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얼마 전까지 불법이었다. 재활용 기준이 없어 폐식용유를 기존 석유정제설비 혹은 별도 전용 생산설비에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나마 지난해 법을 개정해 애초 석유만 사용해야 하는 것에서 친환경 대체원료도 투입 가능한 것으로 겨우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수조원짜리 지상유전(하이드로크레커, 수첨분해탈황시설)에 설계 용도인 석유가 아닌 사실상 이물질인 폐식용유 등을 함께 섞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5%가 한계다. 그 이상을 투입할 경우 설비 폭발 등 어떤 참사로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항공업계는 장기적으로 최대 70%까지 SAF 사용량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전세계 식물성‧동물성 폐기름과 옥수수, 해조류, 폐목재를 다 동원해도 전세계 항공유 수요의 1%도 채울 수 없다.

    정부 주재 회의에서 "정유사가 SAF를 공급하려면 폐식용유가 풍부한 치킨집을 인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다급하게 탄소중립 이행 및 국제 규제 대응을 위해 안정적인 SAF 생산 및 공급 요청만 하고 있다. 엔진 변경 및 기술 확보, 항공수요공급 조절 등 자체 노력은 차치하더라도 SAF 생산을 담당하는 정유사 및 에너지업계나 원료 공급원인 곡물업계, 폐식용유 등 수집운반업체 등 다양한 서플라이체인 부분과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없다.

    자구 노력 없이 "친환경 연료로 바꿀테니 에너지 업계가 알아서 제품을 공급해라"라는 1차원적인 접근. 항공업계가 SAF를 통해 친환경 항공산업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피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