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조 자신했지만 수요예측 간신히 1조영업이익 1조 어필도 안 먹혀구주매출 통한 대주주 투자금 회수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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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을 자신했던 SM상선이 끝내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최대 3조원까지 전망했던 몸값을 보수적으로 낮춰 2조11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SM상선 측은 상장 철회 이유에 대해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진행했으나 최근 고전 중인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와 피어(PEER) 그룹 및 해운주의 주가 정체로 시장 가치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또 "전 세계 글로벌 해운사들이 연일 사상 최대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회사의 주가 역시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운시황 피크아웃에 대한 과도한 우려, 공모주 시장 수요 감소, 국내외 증시 우려로 적절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요약하자면 해운업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퍼지고 있고, 동종업종의 주가 상황도 좋지 않다는 얘기다.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치인 해상운임 지수가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 축소가 예상되는데다, 적체를 거듭했던 글로벌 주요 항만 사장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동종업종 주가 상황이 나쁜 것도 사실이다. 최대 국적선사인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연이은 전환사채(CB) 주식전환으로 5만원이 웃돌던 가격에서 3일 종가 2만675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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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도 SM상선의 IPO는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로 해석된다. 업종 전망과 HMM 주가 변동은 예상 가능한 변수였고 상장과정에서 사측도 이를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 1만8000원에서 2만5000원은 운임지수와 HMM 주가 모두 하락이 시작된 뒤에 나왔다.업계에서는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한 영업실적만 믿고 지나치게 비싼 몸값을 제시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상운임 하락이 예상되는 이상 올해 실적 보다 내년과 내후년 장기 실적 안정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내세워 주가수익비율(PER) 2.1배라는 낮은 수치를 어필했지만 시장은 냉정했다"며 "향후 공모주 평가 기준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비전 그리고 탄탄한 재무구조를 더 세밀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비교회사를 지나치게 높게 상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SM상선은 공모가 산정시 해운 비교회사로 HMM을 비롯해 코스코쉬핑,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해운사들을 들었다. 해운사 평가지표인 선복량만 따져도 HMM은 SM상선의 10배가 넘는 거대 해운사지만 세계 8위 수준에 그친다. 코스코쉬핑, 하팍로이드는 세계 3위, 4위 해운사이며 SM상선은 20위다.상반기 기준 SM상선의 총자산은 1조1908억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는 주가순자산비율(PRB)은 1.77배다. HMM의 지난해 결산 PBR 2.7배보다는 낮다곤 하지만, SM그룹 해운계열사 대한해운의 0.95와 견주면 2배 수준이다. 알짜 미주노선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HMM 수준의 몸값을 받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견해로 보인다. 실제로 기관수요예측에서 SM상선 몸값은 총자산 수준인 1조원 초반대로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발행주식 중 절반이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삼라마이다스, TK케미칼, ㈜삼라 등이 보유한 지분 매출을 통해 최대 4231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신창건설 인수를 시작으로 SM상선이라는 강소 해운사를 탄생시키는데 들인 10년간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강하다"며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데 실제 회사에 수혈되는 자금은 절반에 불과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