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상위 5개증권사 3분기 합산 순익 1조6125억원한투·삼성증권, 전기 대비 실적 플러스 성장증시 약세 영향으로 내년 증권사 이익 둔화 흐름 예상
  • 증권업계의 하반기 실적 피크아웃(Peak-out·고점 통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면서 빅5 증권사 당기순익 순위 싸움을 주도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들은 지난 3분기 1조6125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1707억원) 대비 37.73% 증가한 수치이며, 올해 2분기(1조2783억원)과 비교할 때도 26.14% 성장한 실적이다.

    증권업황 둔화에 따른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도 5개 증권사 합계가 전년과 직전 분기 대비 늘어난 이유는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이 급격히 증가한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620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7.39% 급증했다. 지난 2분기 사모펀드 전액 보상을 결정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데다가 3분기 카카오뱅크 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되면서 순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증권과 KB증권도 전분기 대비 3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증권의 당기순익은 2682억원으로 전분기(2645억원) 대비 1.39% 늘었다. KB증권의 당기순익도 1689억원으로 전분기(1547억원) 대비 9.17% 증가했다. 1분기 대비 2분기 순익이 각각 8.50%, 30.45%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양사의 실적 둔화폭은 개선된 모습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전기 대비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타사들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던 지난 2분기에도 선방했던 두 회사는 지난 3분기 각각 3398억원, 214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 대비 4.65%, 20.62% 감소한 수치다. 

    ◆엎치락 뒤치락 순위경쟁 굳히기 돌입

    올 들어 분기마다 엎치락 뒤치락했던 선두 싸움은 한국투자증권이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043억원으로 증권업계 최초 순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게 빼앗겼던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2분기 사모펀드 보상 관련 600억원의 일회성 손실비용으로 다시 밀려났다. 지난 3분기엔 다시 호실적이 반영되면서 한 분기 만에 왕좌 자리를 탈환했다. 3분기에만 양사 간 순익 격차는 2811억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익은 9930억원으로, 연내 1조원대 순익이 예상되는 호실적이지만 한국투자증권보다 2113억원 적다. 

    3~4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올해 들어 분기마다 자리다툼이 치열했던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격차는 3분기 들어 소폭 벌어지면서 삼성증권이 다시 우위에 섰다.

    상반기 기준 두 회사의 당기순익 격차는 255억원이었지만 3분기 삼성증권이 플러스 성장한 반면 NH투자증권의 성장세는 주춤하면서 3분기 기준 누적 순익 격차는 274억원으로 소폭 벌어졌다. 

    다만 그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4분기까지 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역대급 실적, 연간 최대 실적 예상되지만…"문제는 내년"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증권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5개 증권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11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2조2838억원) 대비 88.91%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올해 이어진 최대 실적 랠리가 내년엔 어렵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등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 실적 성장세도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6713억원이다. 이는 1분기(20조2547억원), 2분기(16조652억원)에 이어 추세적으로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10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124억원으로, 지난 22일 연중 최저치인 9조원대를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6월까지 매월 상승하던 증시는 7월부터 매월 하락하고 있고,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거래대금은 이후 매분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범세계적으로 대량 공급된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려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는 증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증시 약세 영향으로 인한 증권사 이익 둔화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엔 기업실적 증가율 둔화 및 금리인상 이슈 관련 불확실성 증가, 대출 규제 등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될 것"이라며 "주식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에 달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올해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