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평의원회서 징계 관련 투표도 없이 '종결' 의료계 "연구윤리 훼손 논란 눈감아...자정 기능 상실" 비판복지부-식약처도 유권해석 질의에 '묵묵부답'
-
대형 제약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계열사 임상을 총괄해 연구윤리 훼손 논란을 빚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차기 이사장에 대한 학회 차원의 징계 안건이 투표도 없이 자체 종결됐다.의료계 전반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전한 가운데 학회가 차기 이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12일 소화기내시경학회 및 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은 '대웅그룹의 사외이사 임상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본보의 보도와 관련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비공개 임시평의원회를 열고 논란의 당사자인 L교수(한양의대 소화기내과)에 대한 징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애초에 이날은 징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투표도 없이 L교수 징계안은 임원진 판단 하에 자체 종결됐다. 이에 따라 L교수는 예정대로 이달 말부터 오는 2023년까지 2년 간 학회와 재단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됐다.앞서 학회와 재단 측은 L교수의 행위에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이 일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에 위법성 여부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다.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특정 관계사로부터 일감을 받은 것 자체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학회 내부에서도 정관 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실제 해당 학회 정관을 보면 '법인(학회 및 재단)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임원 등을 해임할 수 있다(제22조)'고 명시돼 있다.한 의료계 관계자는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인사가 회원수가 9천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학회의 수장을 맡는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불감증'에 빠진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약사나 의료기관 등과 이해관계로 얽혀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들이 양심을 지켜가면서 묵묵히 활동하는 대다수 의료인들의 명예까지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L교수가 사외이사를 지낸 '대웅'과 임상시험이 진행된 '대웅제약'은 서로 관계사이긴 하나 엄연히 다른 회사로 이번 사안은 법적, 윤리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한편 L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대웅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계열사인 대웅제약에서 '위식도 질환 치료제' 등 6건의 임상시험을 총괄한 사실이 드러나 연구윤리 훼손 논란을 빚었다. L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달 초 임기를 2년여 남겨둔 채 대웅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