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플랫폼 기업 탈바꿈, 글로벌서비스가 주도스마트·친환경 선박 개조부터 수소연료전지 영역 확대
  •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사장이 선박 유지·보수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만든 회사다."

    앞서 2018년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당시 정 부사장이 본인의 뜻에 따라 설립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정 사장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돼 직접 키운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출범한 지 5년를 맞는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원래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그룹 사후관리(AS) 사업부로 조선, 엔진 등의 보증서비스를 담당했지만 정 사장이 그룹 경영진을 설득해 2016년 11월 현물출자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스마트·친환경 선박 개조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의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십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그룹의 변화 중심에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있다. 선박 사후관리를 넘어 친환경 선박 개조 분야 등 선박 생애주기 전체를 장악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정 사장은 지난달 사장 승진과 함께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긴 했지만, 본인 뜻에 따라 설립한 회사에서 주도한 신사업인 만큼 지주에서도 적극 챙길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매년 고속 성장했다. 2400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4년 째인 올해 1조원을 넘보고 있다. 2018년 4100억원, 2019년 7900억원, 2020년 9600억원을 달성했다. 

    계열사 간 내부 매출이 아닌 친환경 선박 개조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해 거둔 실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정 부사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미국 대형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646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는 작업도 주도했다. 3월엔 한국투자공사와 ▲AI·로봇 ▲수소연료전지 ▲디지털 헬스케어 ▲선박 자율운항 등 신산업 분야 인수합병(M&A)을 위한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런 투자 유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제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정 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8000억원을 그룹의 수소·에너지, 로봇, AI 등 신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수년간의 경영 수업을 끝내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3세 경영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측면에선 지분 승계 문제는 걸림돌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사장이 부친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를 물려받아야 승계가 마무리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승계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 주목된다"며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선 1조원 가량의 증여·상속세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