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과징금 상향 포함...기업들 반발전송요구권도 논란 여지 남아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산업 육성 모두 만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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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했다. 제재수단으로서 과도한 과징금 조항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신설에 대한 논의로 이해관계자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10개 협단체는 24일 ‘디지털 시대 바람직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각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희곤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신사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률이기 때문에 데이터산업과 기업의 자율성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와 토론에서는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하나는 개인정보 유출 등 관련 문제 발생 시 부과하는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 3%에서 전체 매출액 3%로 상향조정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신설에 관련된 내용이다.

    토론에 앞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제재수단의 합리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김 교수는 “오늘 발제가 법안이나 심의통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법체계를 분명하기 하기 위해서도 법 통과가 필요하다”며 “법안 내용에 개인정보 보호, 가명 정보 범위 등 많은 부분에서 양보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 기업계, 산업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항을 보완해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과징금 제도라는 것은 행정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벌이 없는 국가에서 제재 수단이 없어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판례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국가로 행정법 위반에 대해서도 형벌을 부과하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전체매출액을 기준으로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되면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우리나라 ICT 중소기업 이익률이 잘 나오는곳이 2.2% 정도 밖에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과징금 부과의 기본원칙은 행위와 경제적 이익 사이 직접 관련성이 존재해야 한다”며 “전체매출액으로 개편하는 것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한다는 과징금 제도의 본질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제도의 합리적 도입방안 검토’라는 내용으로 발제했다. 박 변호사는 “전송요구권은 신용정보법에 도입된 선례가 있다”며 “전송요구권 제도가 들어오면서 이를 구현시 정보주체의 위상이 소극적에서 적극적으로 의미가 변화해 기존 2자 관계서 3자 관계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표준화된 데이터로의 변환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데이터를 타사에 전송하는데 있어서 수집정보의 항목, 형식, 배열 등은 그 자체가 영업비밀인데 이들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정보수령자 자격요건 관련 부실한 확인에 따른 책임부담 주체, 어디까지 전송요구대상으로 취급할지에 대해서 등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전송요구권은 마이데이터 사업 활용 등 긍정적인 측면과 기존 제도와 다른 법률관계 형성에 따라 적지않은 부작용 위험이 공존한다”며 “성공적인 적용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산업영역 대상정보부터 적용 후 점진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위 주제로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변호사,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책과장이 소비자, 기업, 정부를 대표해 토론을 진행했다.

    우선 과징금 기준 상향에 대해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과 관련해서는 특히 전송요구권에 있어서는 우리가 퍼스트무버다. 왜 자꾸 EU GDPR(개인정보보호규정) 사례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현행법의 법원칙, 법원리에도 맞지 않는 과징금제도를 도입하는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피력했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EU GDPR이 입법과정에서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사실이고, 제재를 통한 억지력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정안에 과징금 부분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보다 손해가 클 때 불법행위가 억제될 수 있다. 전체 매출액의 3%를 기준으로 해서 부당행위를 억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소규모 사업자들은 제외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소규모 사업자라고 해서 피해규모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보호를 해야지 예외를 두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강조했다.

    허 변호사는 핀테크 기업을 대변해 “과도한 과징금으로 데이터 산업의 성장동력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며 “평균적으로 매출 중 순수익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은 감당 불가능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험에 노출됐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법리적으로도 의무 위반에 의한 책임을 추궁함에 있어서 제재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하는데 관련 매출액이 아닌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할 경우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협회에서는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 상향을 재고하고 현행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과장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이번 개정안에서 형벌 규정이 대폭 삭제 또는 감경됐다. 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비례성을 고려해서 과징금 부과 상한 기준을 높였다”며 “전체매출 3% 기준은 GDPR만 있는 것은 아니며 중국은 전체 매출 5%로 반영됐고, 캐나다서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매출 3%로 부과하는 것 입법예고 됐다. 미국도 플랫폼 기업 독점 억제 위해 일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시행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UN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글로벌 전체매출액의 5%로 상향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이런 요건들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또한 “과징금 상환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위반행위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실질적으로 부과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며 “산업계 우려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 시행령 부과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반을 구성했다. 시행령이나 하위 법령에 합리적인 부과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송요구권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고객이 요구하면 데이터를 넘겨야하는 제 3자 제공 의무조항이 포함됐다”며 “정보주체의 편의성, 서비스 품질 높이는 경쟁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비공개 콘텐츠 등에 대해서 제 3자에게 넘겨준다고 하면 가능한 부분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자의 기여가 있는 데이터의 경우에 제 3자에게 넘기게 되면 그 사업자의 기여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질적인 이슈를 짚었다.

    정 사무총장은 “전송요구권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부분이지만 큰 기업에서 작은 기업으로 도움을 줄 것을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에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며 “개인정보 법제들을 정리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들을 챙겨서 일관성있게 통합된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 통제권 강화라는 개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다만 전송 요구권 도입 때문에 사업자들이 투입해야하는 비용문제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얼마나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송 요건 도입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 하는게 아닌가 의문”이라며 “핀테크 업권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도입하면서 통일된 규격으로 구축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 기술적 어려움이 당초 예상 범위를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이 정책과장은 “산업계 요구에 맞춰 전송요구 대상의무자를 분리하는 것을 반영할 예정이다. 매출액, 개인정보 규모, 의무대상자 범위를 좀더 줄여서 운영하겠다”며 “규제개혁심사를 받으면서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송요구권의 경우에는 1~2년 유예기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자로 나선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요금 국회와 정부가 법안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입법영향분석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오늘 논의한 과징금,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이슈도 마찬가지”라며 “전송요구권 이슈는 전세계 최초로 도입해 막연하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집행 가능하게 설계하려면 분석을 통해서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