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한 달 새 62% '뚝'中 100만t 수출 허용 이어 오미크론 악재까지유가 하락에 재고 평가 손실 우려 더해져… "또 악재"
  •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던 정유업계가 연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발목이 잡혔다.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4주 연속 하락하다가 결국 손익분기점 아래까지 내려갔고, 각국 봉쇄가 다시 강화되고 있어 당분간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럴당 7.8달러 수준을 오가던 정제마진은 이달 초부터 상승세가 꺾이더니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본격화된 11월4주 평균 3.0달러까지 내려갔다. 10월4주 8.0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새 62.5% 줄어든 셈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와 수송비 등을 뺀 마진을 뜻한다. 정유사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통상 4~5달러 선부터 정유사에 수익이 발생한다.

    정유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조원에 이르는 적자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재고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차츰 회복됐다.

    석유제품 수요 또한 늘면서 7월까지 1~2달러 수준을 오가던 정제마진이 8월부터 점차 높아졌다.

    지난달 말 주요 증권사들은 정제마진이 내년 1월까지 배럴당 1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단계적 일상회복 기조에 따라 차량 및 항공기를 통한 이동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산업시설 가동률이 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휘발유 재고량이 부족해진 것도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중국 정부가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석유 산업을 대형화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중소형 정유업체(티팟) 수출 물량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규제했다.

    하지만 이달 초 휘발유 23만t을 비롯해 총 100만t의 추가 수출을 허용하자마자 정제마진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경 통제 흐름이 강화되자 석유제품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시 연말 소비 위축과 여행객 감소 등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전망은 유가에도 반영됐다. 26일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68.17달러까지 떨어졌다. 9월10일 69.72달러 이후 78일 만에 6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지나 최근 모처럼 만에 호실적을 기록하며 이제서야 부진을 벗어났는데,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 느낌"이라면서 "정제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유가 하락으로 재고 평가 손실을 떠안을 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까지 선진국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견고하고 제품 재고량이 많지 않아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봤는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소비 위축 영향이 얼마나 정기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시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