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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겸업‧정보공유 허하라”…윤석헌 “제2사모펀드 우려”

금융‧비금융 겸업+계열사 정보공유 위한 법 개정 촉구금산분리‧금융안정‧정보보호주권 훼손 우려, 진통 예상 윤석헌 "소비자피해시 책임회피일 것, 감독부터 제대로 해야"

입력 2021-12-02 14:50 | 수정 2021-12-02 15:19

▲ ⓒ뉴데일리

금융권이 비금융업과의 겸업과 계열사 간 정보공유 등을 허가해 달라며 전방위적인 요구에 나섰다. 

디지털 시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은행연합회는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 환경 변화로 핀테크‧빅테크의 금융 진출이 활발해지는 반면 금융업은 전업주의(금융업권별 본연의 업무만 수행) 원칙 고수로 비금융과의 융합이 제한돼 관련 규제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금융지주가 원하는 규제개선안은 크게 △금융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허용 △금융지주에 플랫폼 사업 기회 부여 등 일부 겸업 허용이다. 

세미나 발표자인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빅테크 금융업자의 등장으로 플랫폼을 통한 사실상의 ‘유니버설 뱅킹(은행+증권+보험 등 겸업)’ 구현에 따라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 행위도 동일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교수는 빅테크 금융업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필요하다며 겸업주의 규제 개선도 제안했다. 

여 교수는 “금융지주의 플랫폼 회사 지배허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소매금융 역량강화를 위해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허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은 기업과 개인 등 고객 정보와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없다. 때문에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전산설비를 같이 쓸 수도 없고 임원을 겸직시킬 수도 없다. 금융지주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부사장은 “계열사 간 활발한 정보교류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트렌디한 고객맞춤형 상품공급을 하는 등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정보공유 대상을 경영관리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확대하고, 정보유출 시 고객정보보호 사후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고객에게는 사후거부권을 부여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중호 소장은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역차별을 지적하며, 금융업의 비급융업 겸업 허용을 주장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비금융 회사 지분 20% 이상 취득시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다. 반면 빅테크는 라이선스 취득 없이 금융회사와 제휴, 전자금융거래법 규정을 통해 예금과 대출 중개, 후불결제 등 다양한 전자금융서비스제공이 가능하다. 

정중호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제한을 철폐하고 중장기적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은행의 사업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국내은행법상 ICT(정보통신기술)플랫폼 등 비금융 부수업무의 범위와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밖에도 은행이 고객의 생애주기 자산관리와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은행 겸영업무에 투자일임업과 부동산 이외의 투자자문업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 소장은 “은행 겸영업무 확대를 비롯해 은행이 부동산, 헬스, 자동차, 통신, 유통 관련 기업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산분리에 보수적이던 일본도 2016년 이후 은행법을 개정해 은행의 업무범위를 디지털, 물류, 유통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 겸업주의 확대가 금융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비금융 복합서비스의 확산과 금융 겸업주의 확대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한편 금융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동일업무 동일규제 등 행위중심규제와 금융·비금융 결합 기업에 대한 기관중심규제의 재정비 필요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이같은 규제 완화가 시기상조라며 제 2의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내비쳤다. 

윤 전 원장은 “금융지주의 겸업 허용과 정보공유 등 규제 완화 요구는 금산분리 완화문제와 고객정보주권침해, 시스템리스크 등 국가경제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규제완화는 시기상조로 금융감독부터 제대로 자리잡도록 우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또 금융지주의 규제완화 요구가 금융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금융지주 수익창출에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와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금융지주의 돈벌이만으로는 규제완화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오히려 규제완화로 인한 사모펀드 사태 같은 대형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사태에서 금융지주는 피해보상을 포함해서 스스로 책임진다는 그런 자세를 보이지 못했고, 최고경영자(CEO) 징계가 과하다고 주장하며 소비자 배상에도 인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많은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건 내 잘못이고 내가 책임진다고 한 CEO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번 규제완화로 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ha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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