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대비 6% 싸지만 환율 상승에 큰 손해 없어1척 용선 중, 매각 옵션 이행 전망잔여 드릴십 매각 숙제
-
삼성중공업이 만년 악성 재고 드릴십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척 모두 매각에 성공할 경우 올해 대표이사로 올라선 정진택 사장의 최대 업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6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션리그가 2013년 주문했다 계약해지한 드릴십 1척을 유럽지역 선주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2억4500만달러다.오션리그는 계약당시 드릴십 1척당 7억1700만달러에 2척을 주문했다. 14억3000만달러에 규모다. 하지만 글로벌 유가가 폭락하자 계약금 5억2000만달러를 포기하면서까지 인수를 거절했다.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다행히 계약금은 몰취했지만, 유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드릴십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워낙 거대한데다 복잡한 기계장비가 장착된 선박이라 유지·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이 해지된 2019년 드릴십 2척의 장부가치는 6억9000만달러였는데 다음해인 2020년에는 5억6000만달러로 떨어졌다.삼성중공업이 이런 식으로 떠앉은 드릴십은 총 5척. 계약가격으로 따지면 30억달러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재고 드릴십 1척당 매년 평가손실 200억원과 유지비용 1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매각 가격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팔아버리는게 이익이라는 얘기다.이번에 매각한 드릴십의 장부가격은 2억6000만달러다. 장부가 대비 6% 가량 싸게 팔았지만, 부쩍 오른 환율 덕분에 큰 손실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드릴십은 선주 측의 용선과 유지보수 기간을 거쳐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쯤 인도될 예정이다.
-
오션리그가 계약해지한 드릴십 1척은 지난 6월 이탈리아 시추 전문 선사 사이펨과 용선계약했다. 계약에는 매입 옵션이 포함돼 있어 유가가 또다시 폭락하지 않는다면 매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남은 3척의 드릴십도 모두 매각을 위한 문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이 계약해지한 2척과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이 주문했던 1척이다. 3척의 장부가액은 지난 3분기 기준 6억6000만달러다. 특히 PDC가 계약해지한 드릴십은 올해 선수금 반환 중재 소송에서 승소해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드릴십 매각은 올해 단행한 무상감자와 유상증가와 함께 재무구조 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부채비율 322%까지 치솟으며 자본잠식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임기인 2023년까지 드릴십을 모두 매각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198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정 대표는 영업팀장, 리스크관리팀장, 기술개발본부장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은 인사다.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주액이 112억달러로 과거 피크 시점 수준을 달성해 2년 이상 일감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더딘 수주와 낮은 선가로 내년까지 실적은 부진하겠지만 2023년부터는 외형 확대와 선가 상승, 인력 숙련도 증가분이 반영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