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1월 임시 주총 안건 무효화MBK 측 40.97% vs 최 회장 측 34.35%주총서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 표 대결국민연금 및 기타 주주 표심 '캐스팅보트'홈플러스 사태로 여론전에선 고려아연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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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영풍의 의결권이 되살아나서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국민연금과 기타 주주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와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위한 표 대결을 벌인다. 고려아연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일정과 의안 등을 결의한 후 주주들에게 소집을 통보할 예정이다. 주총 14일 전에는 소집을 통지해야 하므로 이번 주 중으로 주총 일정과 안건이 주주들에게 전달될 전망이다.법원은 지난 7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안건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MBK·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 이사 7인 선임 등 안건의 효력이 정지됐다. 다만 고려아연 측이 상정한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효력을 인정, 이번 정기 주총에선 집중투표제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앞서 임시 주총에서 제한됐던 영풍의 의결권 부활로 영풍·MBK의 의결권 효력이 있는 지분율은 40.97%로 되살아났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영풍·MBK보다 6%p 가량 낮다. 지분율에선 최 회장 측이 열위에 있지만,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를 통해 우선 이사회를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한다. 선임할 이사 수가 5명이라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5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대주주가 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모두 선임하기 위해 의결권을 분산하는 사이 소수 주주는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집중,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집중투표제의 활용 방안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에서 신규 이사 최대 17명을 선임, 이사회 장악에 나선다. 앞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한다고 주주제안한 바 있다. 모든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많은 이사를 선임해 최 회장 측과의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이다.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인 박기덕 대표, 최윤범 회장의 사촌인 최내현 켐코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김보영·권순범·서대원 사외이사의 임기가 이달 17일 만료된다. 이에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이 사임한 이사들을 제외하고 최 회장 측 5인, 영풍 측 1명이 될 것으로 MBK 측은 보고 있다.MBK 측은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보다 1~3명을 더 선임해 이사 수 차이를 최대 2명으로 좁힌다는 계획이다. ‘3% 룰(rule)’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자리 사외이사 1인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하지만, 그 외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출에서는 최 회장 측보다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후 한두 번의 임시 주총을 거쳐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구상이다.고려아연은 국민연금과 기타 주주들의 표심에 호소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 중이며, 기타 주주 지분율은 약 8%로 추산된다. 영풍·MBK의 지분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결국 국민연금과 기타 주주들의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홈플러스 사태가 이들 주주 표심 확보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최근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MBK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MBK에 인수된 이후 재무적 위기가 심화하고 경쟁력은 약화하며 경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세계 1위 비철금속기업 고려아연이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에 넘어간다면 핵심 기술 유출과 인재 이탈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