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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강조한 이재용, 조직 쇄신 택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3명 교체로 파격 인사 단행CE-IM 통합 및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 실려엄중한 현실 인식 반영 분위기 쇄신 의지

입력 2021-12-07 14:36 | 수정 2021-12-07 14:37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3명을 한꺼번에 모두 바꾸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경영행보에 보폭을 넓히며 '뉴 삼성' 구축을 본격화한 가운데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7일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주요 특징은 지난 10년간 유지해왔던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부문 체제를 DS와 세트 2개 부문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를 통해 김기남 DS부문 부회장,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 등 3인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0월 말 각 부문장에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을 임명하며 주요 사업을 이끌게 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 3인 체제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파격 인사를 단행한 데는 이 부회장의 엄중한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위기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뉴 삼성' 구축의 신호탄으로 분선된다.

우선 반도체(DS) 부문에서는 대표이사인 김기남 부회장이 용퇴했다. 후임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부사장 출신인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사장)가 맡게 됐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에 더해 젊은 직원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새로운 인사 제도를 연착륙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전(CE) 부문에서는 김현석 사장이, 모바일(IM)부문에서는 갤럭시 흥행 신화를 썼던 고동진 사장이 교체되고 이들 사업부를 통합한 세트(통합)부문장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새 수장을 맡았다.  

한종희 신임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을 15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끄는 등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번 부회장 승진과 함께 세트사업 전체를 리딩하는 수장을 맡아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킴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세트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미래 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 태스크포스(TF)를 하나로 묶어 '통합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과거 미전실과 같은 조직을 다시 복원하는 데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 만큼 정현호 사장의 승진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1960년생인 정 부회장은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입사해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삼성전자 IR그룹장을 거쳐 삼성비서실 후속조직인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에서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했다. 무선사업부 지원팀장과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을 거쳐 미전실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는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15년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6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사업지원 TF를 통해 삼성 미전실의 갑작스런 해체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를 다잡는 데 집중했다. 인사방침이나 조직문화 개선방안 등도 사업지원 TF에서 방침이 정해진 뒤 삼성전자와 계열사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로 뉴 삼성을 비전 달성을 위한 이 부회장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현재의 삼성을 이뤄낸 이건희 시대를 지나 퍼스트무버로 미래의 삼성을 완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미국에 이어 중동 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미래 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출장에서는 바이오와 5G,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4차 산업혁명에서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20조 규모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최종 마무리 지으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도 본격화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차량용 전장분야에서 '하만'을 약 9조에 인수한 이후 자취를 감춘 M&A 추진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5G와 AI(인공지능), 전장, 바이오 등을 미래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DS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등 선행 연구조직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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