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 불안정… 의존도 줄이기 박차폐배터리 재활용… 코발트-니켈-망간 수급천연흑연 대신 인조흑연-실리콘 사용 확대
  • ▲ 포스코그룹과 화유코발트가 중국 퉁샹시에 운영 중인 합작법인.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그룹과 화유코발트가 중국 퉁샹시에 운영 중인 합작법인. ⓒ포스코케미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2020년 기준 2%에서 2025년 2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등 배터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재활용'과 '대체재 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를 대부분 수입한다. 배터리의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만 해도 해외 의존도는 64%에 달한다.

    배터리 비용 중 재료비가 약 44%를 차지하는 만큼 해외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을 막으면 전기차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원료인 코발트의 가격은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코발트 제련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이 원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7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t당 6만9000달러다.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119% 증가했다. 최근 3년새 최고가다.

    다른 원료인 리튬 가격은 ㎏당 190.5위안을 기록,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401% 뛰었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47% 오른 t당 2만3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는 폐배터리 재활용하는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15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에 총 900억원을 투자해 2.6%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폐배터리에서 니켈을 추출해 2023년부터 10년에 거쳐 니켈 2만t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3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8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 추진하기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담당인 BMR(Battery Metal Recycle)을 신설했다. 올해 말 대전 환경과학연구원에 데모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데모 공장을 통해 생산성과 상업화가 검증되면 2024년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에 정식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2019년 폐배터리 재사용 전문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따른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성일하이텍과도 지속 협력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관련 시장은 2040년 87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산업으로 주목받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투자를 결정한 청도중석이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구형 흑연 가공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투자를 결정한 청도중석이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구형 흑연 가공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소재인 천연흑연은 인조흑연과 실리콘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플레이크의 가격은 t당 4500위안으로, 올해 초 평균 가격보다 40% 증가했고,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현재 전 세계 흑연의 60~7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흑연의 88%도 중국산이다.

    천연흑연 대신 인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면 용량이 더 큰 배터리를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실리콘으로 만든 배터리의 용량은 천연흑연으로 만든 배터리 용량의 약 3배로 커지지만, 충·방전시 부풀어 오르는 기술적 이슈가 있어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안정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경북 포항시에 연 8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국내 최초로 준공하고 이달 초 준공식을 열었다.

    2023년 종합 준공까지 하면 연간 1만6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중국 인조흑연 음극재 회사 시누오社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서 양산하는 배터리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배터리의 실리콘 함량을 최대 7%까지 올렸고, 향후 함량을 더 높일 예정이다.

    SK온은 NCM으로 만든 양극재와 실리콘으로 만든 음극재로 배터리를 만들어 내년 포드社의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망한 원재료 업체에 지분투자를 하고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중"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