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인선 논란 일단락역대 이사장 다른 행보에 직원 마음 돌린듯역대급 낮은 찬성율, 달래기 과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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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임원 인선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국거래소가 임금·단체협상 가결로 사실상 상황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유례 없는 임원 인선에 대한 비토 목소리와 임금동결 수준 임단협이 맞물려 반발이 컸지만 이 과정에서 손병두 이사장의 소통 노력이 직원들의 마음을 돌렸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대비 크게 낮은 찬성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인 만큼 향후 균열 봉합엔 손 이사장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지난 29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2022년 임단협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찬성 68.35%(447표), 반대 31.65%(207표)로 가결됐다. 투표율 85.7%로 역대급으로 높은 반면 찬성율은 낮았다. 지난해 투표율은 66.6%, 찬성율은 98.2%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최근 5년간 거래소 임단협 투표율은 60~70%대, 찬성율은 해마다 98%대에 육박한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경영지원본부장 후임 인선과 맞물려 사실상 임금 동결 수준의 단협 결과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란 전언이다.  

    부하 직원 갑질 논란이 있는 A청산결제본부장이 경영지원본부장에 낙점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비토 목소리가 컸다. 그간 소통 행보로 기대감을 높여온 손 이사장에 대한 실망감도 분출됐다.

    A본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풀뿌리 정서와 임원으로서 성과 평가가 엇갈리면서 손병두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이해를 당부하며 지난 27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성난 정서가 채 달래지기도 전, 이후 알려진 임단협 결과에 직원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협상 결과 노사는 공공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고임금 공공기관과 동일한 인상률(0.4%)을 비롯한 부가 사안에 합의했다. 거래소는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경영평가 협약서에 근거해 금융위원회 예산편성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데, 사실상 임금 동결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도 고심했지만 경영협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논란이 된 경영본부장 후보자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이사장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에 따라 이같은 합의안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조합원 투표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실제 투표를 앞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퍼졌고, 일부 부서장급들을 중심으로 투표 독려가 있을 정도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거래소 한 직원은 "조합원 투표 시 늘 찬성 비율이 90%가 넘었기에 이번처럼 60%대가 나온 건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400여명 정도가 투표에 나섰다면 이번엔 700명 가까운 직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론적으론 통과됐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목소리도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결될 수 있었던 데엔 손병두 이사장의 소통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손 이사장은 이날 오전 일찍 '온통'(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에 임단협 결과에 대해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글을 남겼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둘러싸인 임단협을 돌파할 묘안을 고심하고 있으며, 내년 상황은 틀림 없이 달라질 것임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여기에 앞서 지난 28일 손 이사장은 팀장·부장급 이상 직원 150여명에게 '파트너 리더십'과 관련된 책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소 또다른 직원은 "오랫동안 거래소에 근무했지만 이런 분위기도 처음이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뤄진 투표 내내 사내 분위기는 온종일 뒤숭숭했다"면서 "결론적으로 직원들이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역대 이사장과 달리 직원들을 달래고 이해를 구하고, 고심하고, 또 성의를 보인 행동을 드러낸 데에 마음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사장이 직원과 직접 소통하면 안될 일도 되는 것을 입증한 것이기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본부장도 사내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A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본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사과의 글만으로 해소될 순 없을 걸 잘 알고 있다.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직접 찾아가 과거의 부족한 발언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번 일로 삶을 되돌아보니 모든 일은 본인의 부족함 탓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임기가 다할 때까지 그 부분들을 고쳐잡고, 달라진 마음가짐과 태도로 좋은 상사로서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선과 관련 조직, 직원과 회사 간 관계에서 입은 내상에 대해선 당분간 봉합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 한 젊은 직원은 "임단협을 끝으로 인선과 관련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조합 투표 결과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그동안 손 이사장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는 직원도 많았기에 이들을 다독이고 치유할,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