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준금리 인상시 연체율 증가로 건전성 위협 보험, 주담대·신용대출 막힐 경우 약관대출로 상쇄카드, DSR규제 조기 시행 및 강화로 수익성 악화저축은행, 강화된 총량규제로 가계대출 영업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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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2000조 시대가 온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제,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온갖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좀처럼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계 빚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까지 겹쳐 '제로금리' 속 체급을 키운 가계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악화가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올해 기준금리 최대 3차례 인상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년 여의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낮은 금리는 폭발적인 대출로 연결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1845조원에 달한다. 또 11월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9000억으로 작년 한해 순증액 규모만 72조1000억원이나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민간 신용 증가율은 9.6%인데 명목GDP 증가율(5.0%)보다 높았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두배 가까이 빨랐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크고 금융지원 조치 종료때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어 각 금융기관은 엄격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대출부실화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은행들 역시 금리 인상을 양날의 검으로 보고 있다. 연체율 폭증으로 건전성이 악화된다면 은행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건전성 관리를 잘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순이자마진(NIM)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들은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줄 고위험군 관리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연체 가능성이 있는 다중채무자 등의 상환 능력을 따져가며 대출 관리를 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2년 은행 평균 연간 NIM 상승 폭은 기존 5bp 내외에서 8~9bp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순이자이익은 약 1.9% 더 늘어나고, 순이익은 기존보다 4.0% 증가 해 은행 전체 순익이 약 20조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3월 대선 결과도 핵심 변수다. 정권 교체에 따라 부동산, 금융 정책의 대규모 손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현재의 대출 옥죄기 기조와는 다른 대출 확대에 정책 방점을 두고 있어서다.

    이 후보의 경우, 최대 1000만원을 10~20년 만기로 약 2.8% 수준의 저리로 대출해주는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재원 조달 방식과 연체에 관한 손실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3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부실폭탄 임박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올해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3억5000만원을 빌린 셈으로, 일반 임금근로자의 약 4배 수준이다.

    오는 3월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조치가 종료되면 대출규모가 큰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오미크론발(發)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방안을 강구할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는 3월 조치가 끝나면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만기연장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일부는 재정을 통해 채무탕감이나 채무조정 등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이 많고 현재 자영업자의 부실을 은폐하는 상황인데 더 이상 만기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연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난해 빚으로 연명한 가계와 기업 급증으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역대급 고강도 규제를 쏟아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작년 하반기 대출문이 좁아지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받은 차주들의 이자부담도 커지는 부채의 역습이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가계대출총량 재설정으로 은행들이 대출빗장을 풀기로 했지만 차주별 대출 상황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기조를 고려하면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면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들의 전체적인 대출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신용자와 성실상환자일수록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신용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풍선효과 막는다

    보험업계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도 대출 금리 인상 흐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출 옥죄기에 수요자들이 은행보다 한도가 넉넉한 보험사로 몰리면서 이를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보험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은행보다 20%p 높은 60%여서 대출 한도가 더 많이 나온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삼성화재·현대해상의 변동금리형(분할상환방식) 아파트 주담대 금리는 연 3.47~5.33%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연 2.84~5.20%)대비 최저·최고 금리가 각각 0.63%p, 0.13%p 상승한 수치다.

    보험사 신용대출 금리도 오름세다. 같은기간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삼성화재·흥국화재가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신용자에게 적용한 신용대출 금리는 한달 전보다 0.11∼0.88%p 올랐다.

    다만, 주담대·신용대출 신규 취급이 막힐 것을 우려해 약관대출 금리를 인하시켜 관련 취급액을 확대,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대출인 약관대출은 당국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서 약관대출은 제외됐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해지환급금의 95%선 내에서 대출이 승인되기에 부담이 적고 대출 심사도 까다롭지 않다.

    최근 해당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11월 삼성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은 금리확정형 약관대출 금리를 전달대비 각각 0.04%p, 0.12%p, 0.16%p 내렸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역시 같은기간 금리확정형 약관대출 금리를 0.22%p, 0.15%p 내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의 경우 올해부터 적용되는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 만큼, 대출 관리 부담을 줄이면서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빅테크와의 협업, 헬스케어 등 신사업 영토확장도 동시에 나설 전망이다.

    보험권은 대출채권 규모가 전체 자산 중 평균 4% 미만을 차지, 가계부채 정책에 타격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현재 기조 등을 유지하며 해당 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업계는 올해 빅테크와 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보험시장에서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유인할 플랫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사도 금융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를 통해 소비 접근성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사업으론 헬스케어를 낙점한 모습이다. 당국은 지난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험사 부수업무로 열어줬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보험사들도 등장하면서 올해 관련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B손보는 최근 'KB헬스케어'를 출범시켰으며, 신한라이프는 '신한큐브온' 설립에 대한 본인가를 받았다.

    ◆ DSR규제로 카드론 직격탄… 수수료 인하까지 '설상가상'

    카드업계도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반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및 영업제한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오는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다. 금융당국과 정치권 입장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는 0.8%→0.5% ▲3억~5억원은 1.3%→1.1% ▲5억~10억원은 1.4%→1.25% ▲10억~30억원은 1.6%→1.5% ▲30억원 이상은 평균 2.06%(유지)로 조정된다.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는 연간 47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DSR규제 강화가 결정적이다.

    카드론의 경우 내년 7월로 유예됐던 것이 내년 1월로 조기에 적용, 차주단위 DSR에 포함된다. 차주단위 DSR도 카드는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다. DSR 계산시 적용되는 만기를 기존 '최대만기'에서 '평균만기'로 축소된다. 카드론 동반부실 차단을 위해 다중채무자는 5개 이상 카드론 취급을 제한하고, 다중채무에 따른 이용한도를 차등 적용하게 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0.15~0.3%p 인하하고, DSR규제 조기 도입 등으로 카드사 금융상품의 수익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카드론 수익으로 호실적을 보였는데 올해는 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DSR규제가 시행되면서 공급이 제한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론 금리를 인상할 경우 폭리에 대한 부담도 있어서 경영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비롯한 비용절감이 강도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 저축은행업계, 강화된 총량규제·부동산대출 부실 우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보다 강도높게 진행될 총량규제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2금융권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해 총량규제 목표를 초과한 금융사에는 업권 평균보다 더 강화된 목표치를 충족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올해는 대출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고 연간 고르게 이뤄지는 것을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계도 지난해 총량규제 21.1%보다 낮은 10.8~14.8%가 각 사별로 제시됐다. 업권 전체로 일률 적용됐던 총량규제 목표치가 올해는 차등 적용된다. 결국 가계대출 비중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발과 대선 전후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대출이 많은데, 올해 부동산 경기 하락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우량 대출처를 찾는게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세도 우려된다. 이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신용자 중심에서 저신용자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금리 시장에서 적잖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